한국 사회는 2025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노동력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경제적 도전과 함께 노인 빈곤 심화 및 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대한 전환점에서 정부가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초고령사회 대응에 나선 가운데, 과연 이 정책이 한국 경제의 대도약을 이끌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심층 분석한다.
▲ 초고령사회 한국의 현실: 빈곤과 소득 절벽
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051만 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2052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8%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우리 사회가 전례 없는 고령화 속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의 그림자 아래, 한국 노년층의 삶은 녹록지 않다. 2023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3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에도 OECD 33개국 중 1위였다는 점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노년층의 낮은 삶의 만족도(35.5%)는 이러한 현실을 방증하며, 평균 연금 수령액이 월 7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편중된 불안정한 노후는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실제로 2025년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의 69.4%인 1,142만 1천 명이 장래 근로를 희망하며, 평균 희망 근로 연령은 73.4세에 달한다. 이들이 일자리를 찾는 주된 이유는 83.5%가 '생계비 마련'이라고 답해, 노인 일자리가 단순한 여가나 용돈벌이를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임을 시사한다. 특히 1964~1974년생인 2차 베이비붐 세대가 60세 정년퇴직을 맞이하지만, 국민연금 수급은 63~65세부터 시작되어 최대 5년간 '소득 절벽'에 직면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 시기 임금은 급감하고,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근로 형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 115만 개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전환과 기대 효과
정부는 2026년 노인 일자리를 전년 대비 5만 4천 개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2천 개를 제공하며 초고령사회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총 2조 3,85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노인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질적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일자리 유형을 살펴보면, 지역사회 공익 증진 활동 중심의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70만 9천 개로 1만 7천 개 증가했다. 이 일자리는 노노케어, 보육시설 봉사, 환경정비 등이며, 참여자에게는 월 29만 원 수준의 활동비가 11개월간 지급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노인역량활용형'(舊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대폭 확대다. 전년 대비 3만 7천 개(전체 증가분의 67%) 늘어난 19만 7천 개가 제공되며, 건강·소득·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교육시설 학습 보조, 공공행정 업무 지원 외에도 통합돌봄 도우미, 푸드뱅크 '그냥드림' 관리자, 안심귀가 도우미 등 새로운 직무가 신설되어 돌봄·안전·환경 분야에 집중 배치된다. 특히 '유치원 시니어 돌봄사'는 30시간의 특화 교육 이수 후 월 90만 원의 급여를 받으며 유치원 아침·저녁 돌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실버 카페, 도시락 제조 등 수익형 사업을 운영하는 '공동체사업단'은 6만 5천 개로 확대되고, 민간기업 취업 알선 및 시니어 인턴십을 지원하는 '취업·창업형' 일자리 24만 6천 개는 연중 상시 모집된다.
이러한 노인 일자리 확대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와 성장 잠재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고령층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독일의 한 연구에서는 65~75세 노년층이 주 20시간 근무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2%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노인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 보전을 넘어, 노년기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치매 예방 등 사회적 효과도 크다. 또한, 노인 일자리는 청년 일자리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채우는 상호 보완 관계라는 인식이 정책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의 열쇠인가: 과제와 제언
115만 개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은 초고령사회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극화를 완화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명확하다. 첫째,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노인들이 일자리 참여를 대기하고 있으며, 2026년 노인 일자리 모집에는 122만 명이 신청하여 1.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50년 노인 일자리 수요가 241만 7천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현재보다 약 두 배 수준의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둘째,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 노인 일자리는 임시·일용직 비율이 크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노인 취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238만 원이지만 기초연금 수급 노인의 평균 소득은 158만 원에 그쳐 미수급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공공형 일자리가 민간 부문의 비공공형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 민간 시장의 흡수력을 높이고 노인 일자리가 정규 노동과 완전 은퇴 사이의 '전환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고령층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 개발이 시급하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50년에는 80세 이상 후기고령층의 일자리 수요가 현재보다 최대 2.77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을 위한 낮은 강도의 활동 지원 등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법정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고령층 계속 고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회에서는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노동계는 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정년 상향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사업장 자율에 맡기는 '정년 후 재고용' 방식을 요구하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 위축 등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115만 개 노인 일자리는 초고령사회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양극화를 극복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양적 확대에만 머물지 않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며,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하는 '질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또한, 정년 연장 및 재고용 등 고령층 계속 고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노인 일자리가 민간 노동시장과 상생하며 '노인을 위한 사회'를 넘어 '노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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