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주거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한때 한국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축이었던 전세 제도가 빠르게 쇠퇴하고, 월세가 주거 형태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인들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삶의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주거'의 의미를 찾아 고뇌하고 있습니다.
▲ '전세의 월세화' 가속, 주거비 부담의 심화
최근 한국 주택 임대차 시장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며 월세가 대세로 자리 잡는 양상입니다. 2026년 1~2월 누적 기준으로 전국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68.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월세 비중은 70.3%에 달하며, 비아파트 주택의 경우 79.7%로 더욱 높게 나타났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현재 15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9%나 상승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월세는 3.29% 올라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월세 폭증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2025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8%가 2026년 월세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월세 상승의 주요 이유로는 월세 수요 증가(40.2%), 전셋값 상승(29.4%), 금리 인상(20%), 경기 침체(10.4%) 등이 꼽혔습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전세 사기 위험이 커지고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 같은 실거주 의무 강화 정책도 임대용 전세 매물을 감소시켜 전세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2025년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25%로, 2018년 1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월세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음을 보여줍니다.
▲ '집' 아닌 '삶'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고뇌
월세 폭증은 특히 청년층과 서민들에게 막대한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하며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기조와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청년 세대의 주택난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청년층(19~34세)의 주택 자가 소유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협소하고 열악한 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2020년과 2024년 사이 서울시 지하 거주 가구는 약 4만 4천 가구 증가했습니다.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율(RIR, Rent to Income Ratio)이 30%를 넘기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평가되는데, 월세 부담은 노후 대비 저축은 물론 의료비, 교육비, 사회생활 비용까지 부족하게 만들어 청년들의 삶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칩니다. 과중한 주거비 부담은 만혼 또는 비혼으로 이어져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 인천 지역으로 전출한 인구 중 63.1%가 가족과 주택 문제로 이주했으며, 이는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젊은 부부들이 서울을 떠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청년층은 전통적으로 기혼자나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근본이즘'의 재조명: 주거의 진정성을 찾아서
이러한 주거 불안정 시대에 현대인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house)'을 넘어, 삶의 경험과 정서, 문화적 요소를 포괄하는 '주거(housing)'의 진정성을 다시금 탐색하고 있습니다. '주거'는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에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입니다. 프랑스어 '레지던스(residence)'나 영어 'housing'처럼, 주거는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앉아서 지낸다', '살아간다'는 동사적 의미를 강조합니다.
진정한 주거는 인간이 주인으로 살아가는 터전이자, 오래 머무르며 휴식하는 고유한 장소입니다. 인간의 '거주함(dwelling)'이 전제될 때 주거는 비로소 진정성을 가지며, 삶의 성격이 반영되지 않은 주거는 참된 주거라 할 수 없습니다. 좋은 주거의 기준은 집의 크기나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간의 삶이 그 안에서 온전히 펼쳐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집은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보호와 안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서적 안정과 휴식, 스트레스 해소, 자유와 해방감을 주는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월세 폭증과 주거비 부담은 이러한 주거의 근본적인 의미를 퇴색시키고, 현대인들로 하여금 '집다운 집'에서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 주거 안정과 진정성을 위한 정책적 제언
2026년에도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방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전세 시장이, 66.8%가 월세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울은 32%나 줄어들 것으로 보여 공급 부족이 전월세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 청년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렴한 임대료와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여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 임대료 규제를 강화하고 청년층 맞춤형 주택 공급 및 주거 지원금 확대를 통해 주거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미 출산 후 1년 이내 무주택 가구에 최대 720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셋째, 단순히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청년층의 자산 형성 및 자가 점유를 지원하는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정책 구상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특정 지역의 집값 통제에만 집중하기보다, 임대주택 확대와 주거 보조금 지원을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돕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주거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모든 현대인이 '집다운 집'에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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