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이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통합 돌봄법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며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의 문을 열었다.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개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겠다는 법의 취지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돌봄 서비스의 핵심 주체인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특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는 임금 문제가 통합 돌봄의 성공적인 안착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2026년 시행 통합 돌봄법, 무엇이 달라지나?
통합 돌봄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에서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24년 3월에 제정되어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법률로, 돌봄의 패러다임을 시설 중심에서 지역 중심, 이용자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이 법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대상자를 발굴하고 건강 상태에 맞는 '케어 플랜'을 수립하여 의료와 생활 지원을 묶어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대상자는 65세 이상 고령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중증 장애인, 그리고 지자체장이 복지부와 협의하여 인정한 기타 취약계층이다. 통합 돌봄은 급증하는 돌봄 수요와 분절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문제, 그리고 의료·요양 재정 부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었다.
▲ 돌봄 노동자의 현실: '최저임금 덫'에 갇힌 숙련 노동
통합 돌봄법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충분한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돌봄 노동자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아이돌보미 등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높은 이직률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많은 돌봄 노동자들이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급여는 약 204만 원으로,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17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돌봄 노동은 시급제로 운영되며, 서비스 이용 시간에 따라 노동 시간과 임금이 달라지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충분한 근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서비스 간 이동 시간이나 대기 시간은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공짜 노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안정한 노동 환경은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실제로 2024년 요양보호사 교육생 수는 전년 대비 41.5% 감소한 16만 5,157명에 그쳤으며, 향후 3년 내 11만 명이 넘는 돌봄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이는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고령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현상으로, 통합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 통합 돌봄의 성공, '최저임금 해법'에 달렸다
통합 돌봄법이 지향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핵심 과제이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곧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2024년 3월, 돌봄 서비스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함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한 것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착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돌봄 노동은 단순히 생산성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사회적 가치를 지닌 공공재이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돌봄 노동자들의 전문성과 서비스 질 향상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돌봄 노동자들은 통합 돌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월급제 도입 △이동 시간의 근무 인정 △안정적인 고용 보장 △표준 임금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월급제는 단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돌봄 노동자가 생계 걱정 없이 돌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 사례에서도 돌봄 노동을 숙련직으로 인정하고 국가 자격 및 정부 지원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여 서비스 품질과 인력 안정성을 높인 경험이 있다.
지속 가능한 돌봄 사회를 위한 제언
통합 돌봄법의 시행은 초고령사회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 법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돌봄 노동을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로 인식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합 돌봄 예산의 충분한 확보와 효율적인 집행 ▲지자체 사회서비스원 등 전담 기관의 인력 및 예산 지원 강화 ▲돌봄 노동자의 월급제 도입 및 이동 시간 근무 인정 ▲경력 인정을 포함한 표준 임금 체계 마련 등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또한,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간 중심의 공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역할이 요구된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 체계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돌봄 노동자들이 존중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2026년, 통합 돌봄법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희망찬 시나리오가 되려면, 돌봄 노동자의 삶에 '반전'을 가져올 과감한 최저임금 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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