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인건비 효율화를 위해 임금 체계를 '슬림화'하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과연 직원의 '감성적 만족'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인재 유치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기업의 새로운 전략 모색이 시급합니다.
▲ '성과'로 묶인 임금, 기업의 생존 전략인가?
최근 국내 기업들은 인건비 효율화를 위해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과거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던 연공급제와 달리, 직무급제는 맡은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 전문성에 따라, 성과급제는 개인이나 부서의 실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2025년 사업체 임금인상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5,000만 원을 넘어섰으나, 이는 기본급 등 정액급여 인상률(2.7%)보다 성과급·상여금 등 특별급여 인상률(4.3%)이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의 특별급여는 2024년 2.0% 감소했다가 지난해 5.8%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성과급 중심의 임금 체계는 기업 입장에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인건비 효율화 방안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명예퇴직을 포함한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조직 구조를 슬림화하고 고정비 부담을 줄였으며, 넥슨 또한 2026년 인건비를 채용 조정과 리소스 재배치를 통해 전년 수준으로 억제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KT 역시 고위 임원 물갈이와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K-배터리 기업들도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가 감소하는 등 연봉 슬림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를 도입하여 노동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 '감성'을 잃은 보상, 직원의 마음을 움직일까?
그러나 임금 슬림화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직원의 '감성적 만족' 측면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성과에 따라 임금 변동성이 커지면서, 예측 가능한 소득 감소는 직장인들의 재정 계획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 특히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MZ세대는 보상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들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예측 가능하게 받기를 원하며,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평가나 보상 체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강합니다. 과거에는 성과급을 '회사가 주는 선물'로 인식했지만, MZ세대는 이를 노동의 대가로 여기며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합니다. 단순히 높은 임금만을 추구하기보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며, 특별 휴가나 유연근무와 같은 비금전적 보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도 특징입니다. 2025년 7월 8일 발표된 '2025 아시아태평양 소비자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MZ세대는 돈보다 경험과 감정적 만족을 주는 '브랜드 리워드'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성과주의 임금 제도는 동기 부여와 재무 성과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개인별 보상의 과도한 격차를 유발하며 금전적 보상에만 치중할 경우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 내 구성원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여 팀워크를 저해하고 정보 공유를 방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와 같이 임금 삭감이 동반되는 제도의 경우, 고령 근로자들이 감정적 소외감과 자존감 저하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임금 만족도와 직무 만족도는 별개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임금이 아무리 높아도 개인의 만족 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 '총체적 보상' 시대, 기업의 새로운 해법은?
변화하는 직원의 기대에 부응하고 임금 슬림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은 '총체적 보상 최적화'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급여나 복리후생 같은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직원이 보상을 통해 얻는 '가치의 크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입니다. 유니레버는 2018년 초 '마이리워드(MYREWARD)' 시스템을 도입하여 구성원들이 자신의 보상 항목을 확인하고 개인 니즈에 따라 인센티브와 복리후생을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보상 만족도를 높인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직장인들의 주거 불안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2026년 1~2월 누적 기준으로 전국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68.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주거 불안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저해하고 이직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기업은 주거 안정을 단순히 복지 비용이 아닌 인건비 효율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특성에 맞는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임금 체계 개편 과정에서는 법적 쟁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임금 삭감의 합리성은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여부 및 적정성 등을 통해 입증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임금 슬림화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직원의 감성적 만족을 저해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업은 금전적 보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연근무, 주거 지원, 그리고 직원의 성장과 일의 의미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보상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단기적인 인재 유치를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협력하여 변화하는 노동 시장 환경에 맞는 유연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모든 근로자가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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