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이 노인 일자리 확충에 박차를 가하며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2천 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는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여와 사회적 기여를 독려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만, 그 이면에는 급증하는 안전사고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양적 성장에 가려진 노인 일자리의 안전 문제는 과연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 '역대 최대' 노인 일자리, 그 빛과 그림자
정부는 2026년 노인 일자리를 전년 대비 5만 4천 개 늘어난 총 115만 2천 개로 확대한다. 이는 노인 인구의 사회 참여와 소득 보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핵심 정책으로, 올해로 시행 21년 차를 맞았다. 총 5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특히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노인역량활용형' 일자리가 대폭 확대된다.
주요 일자리 유형으로는 지역사회 공익 증진 활동 중심의 공익활동형(70만 9천 개), 노인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는 노인역량활용형(19만 7천 개), 소규모 사업단을 공동 운영하는 공동체사업단(6만 5천 개), 그리고 취업·창업형(24만 6천 개) 등이 있다. 특히 올해는 통합돌봄 도우미, 푸드뱅크 '그냥드림' 관리자, 안심귀가 도우미 등 새로운 직무가 신설되어 돌봄, 안전, 환경 분야에 집중 배치된다. 또한, '유치원 시니어 돌봄사' 시범사업을 통해 500명이 유치원 아침·저녁 돌봄에 투입되며, 30시간의 전문 교육 이수 시 월 9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지난해 말 진행된 집중 모집 기간에는 97만 개 일자리에 122만 명이 신청해 평균 1.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약 88만 명(91%)이 선발되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노인 인구의 10% 수준으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 급증하는 안전사고, 왜 막지 못하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양적 성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참여 노인의 안전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실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2021년 2,985건에서 2024년 4,036건으로 35% 이상 증가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연평균 25.5건의 사망사고와 2,018건의 골절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77.6세로 고령층이 많아 골절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안전사고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활동 중'(68.9%)에 '실외'(67.5%)에서 '본인 실수'(89.5%)로 '넘어짐'(73.1%)으로 인한 '골절'(54.4%)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여성 참여자의 사고율(0.36%)이 남성(0.20%)보다 높고, 75~79세 연령대에서 사고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또한, 도로·공원 환경 개선, 지역사회 돌봄 등 실외 활동이 많은 공익활동형 사업에서 사고율(0.37%)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고령층의 신체적 민첩성 저하와 외부 환경 노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법적 기반 마련에도 '인력 태부족' 현실
안전사고 증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참여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 참여자 보호를 위한 상담 및 법률적 지원 등의 신규 법정 업무를 부과했다. 또한, 사업수행기관 종사자 중 한 명을 안전전담인력으로 지정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기반 마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를 위한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추산한 필수 안전전담인력은 2,639명이지만,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신규 배치될 예정인 안전전담인력은 613명에 불과하다. 이는 고위험 기관에 우선 배치되는 수준으로, 전체 필수 인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의 안전 교육은 일회성으로 진행되거나 참여자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제공되는 보장 수준도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60대 이상이 48.9%를 차지하며 전체 취업자 중 60대 이상 비율(23.5%)보다 훨씬 높아, 고령층의 일터 안전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년층의 활기찬 삶과 사회 참여를 위한 중요한 정책이지만, 안전이라는 필수적인 요소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115만 개 노인 일자리라는 양적 목표 달성만큼이나 질적 개선, 특히 안전 관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업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안전전담인력의 조속한 확충이 필요하며, 참여자 연령과 신체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넘어짐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 환경 개선, 안전 장비 지급 확대,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실질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노인 일자리가 단순한 소득 보전의 차원을 넘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 창출형' 일자리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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