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과 함께 근로자 임금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정작 산업 현장의 안전은 뒷걸음질 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우리 사회는 과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임금 상승 속 산재 사망자 증가의 그림자
2025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605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589명) 대비 16명(2.7%) 증가한 수치로, 202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174명이 사망하여 22명(14.5%) 급증했으며, 이는 전체 사망자 증가를 사실상 견인하며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관리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사망자가 286명으로 10명 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도·소매업, 임업·어업 등 영세 업종에서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수치는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법 시행 이후에도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크게 줄지 않았으며, 특히 최근 5년간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력이 있는 기업에서 전체 중대산업재해의 절반 이상(52.5%)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은 법의 취지가 현장에 온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대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중 원청 소속은 22명인 반면, 하청 소속은 4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많아 복잡한 하청 구조가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안전 투자 양극화와 행정 부담의 딜레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안전 관련 투자와 인력 확보 노력은 분명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2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3%가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늘었고, 72%는 안전 관리 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격차에 있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안전 관리 예산은 평균 627억 6천만 원 증가한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5천만 원 증가에 그쳐 1,255배의 큰 차이를 보였다. 안전 인력 증원 규모 역시 대기업이 평균 52.9명 늘어난 데 비해 50인 미만 기업은 1.9명 증가에 그쳐, 소규모 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 부족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안전 투자 양극화는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이행률에서도 나타난다. 전체 기업의 71%가 법적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53%에 불과했다. 소규모 기업은 전문 인력 확보와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불명확한 법 규정으로 인한 과도한 서류 작업이 현장 안전 관리보다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는 불만도 62%에 달했다. 이는 처벌 위주의 정책이 기업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보다는 면피성 서류 작업에 치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 데이터 기반의 예방과 안전 경영으로의 전환
임금 상승률이 2026년 3.48%로 고시되는 등 근로자의 경제적 보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배경에는 안전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일부 경영진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안전은 더 이상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이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안전 보건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 운영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여 오히려 경영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안전보건공시제'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산업재해 발생 현황, 안전보건 관리 체계, 투자 규모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이 제도는 기업이 안전을 단순한 법 준수가 아닌 경영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자율적인 안전 관리 개선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망 사고 및 재해율, 안전보건 관리 체계 및 조직 운영, 안전보건 투자 규모, 전년도 활동 실적 및 향후 계획, 재해 발생 시 대응 및 재발 방지 대책 등 구체적인 공시 항목들은 기업의 실질적인 안전 관리 수준을 투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결론적으로, 임금 상승과 함께 노동자의 안전 또한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위주의 정책을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특히 영세 사업장의 안전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안전보건공시제와 같은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 경영을 유도하고, 노동자 참여를 확대하여 현장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어 지속 가능한 안전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