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7일, 대한민국 돌봄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돌봄 종사자들의 '급여 슬림화' 우려가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연 새로운 돌봄법은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까.
▲ '통합돌봄지원법'의 빛과 그림자: 공공성 강화 속 예산 논란
통합돌봄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분절적인 서비스를 한데 묶어 '재가 완결형'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읍·면·동 주민센터나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단일 신청 창구로 운영하여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돌봄 기관을 연계하는 총괄 기획자 역할을 맡긴다.
이와 함께 2026년 3월 26일에는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위기아동청년법)이 시행되어, 가족을 돌보거나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34세 이하 아동·청년에게 '자기돌봄비' 200만 원을 1회 지원하는 등 국가의 보호 책임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통합돌봄지원법 시행 첫해인 2026년 확정된 예산 914억 원을 두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의료·복지 관련 60개 단체는 이 예산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대상자를 보수적으로 300만 명으로만 계산해도 1인당 연간 3만 원, 월 2,5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서비스의 실질적인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며,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사회서비스원 폐지 논란과 돌봄 종사자 임금 현실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소속 요양보호사의 급여는 민간의 1.6배 수준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서사원의 운영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를 추진했으며, 이로 인해 돌봄 노동자들이 초단기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현재 국내 돌봄 노동자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돌봄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69.4만 원으로,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282만 원)의 60%에 불과하다. 또한, 돌봄 노동자의 76.6%가 비정규직이며, 비돌봄 직종 대비 시간당 임금은 5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돌봄 서비스 제공 인력의 월평균 보수는 129.3만 원이었고, 89.7%는 기본급을 받지 못했으며, 시간당 보수는 1만 원 수준으로 비돌봄 서비스(1만 7천 원)보다 낮았다. 이러한 현실은 돌봄 서비스 인력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 '직무급제' 전환 논의, 급여 슬림화의 또 다른 얼굴?
돌봄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이는 공무원 급여에 준하는 방식이 아닌, 사회복지 분야 고유의 특성과 전문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직무 숙련도와 보상을 연동하는 임금체계를 통해 신규 인력 유입을 늘리고 고용 안정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직무급제 전환 논의가 모든 돌봄 종사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기존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던 일부 종사자들에게는 임금 체계의 '표준화'가 실질적인 '슬림화'로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반면, 인천시의 경우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하위직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기본급을 1% 추가 인상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시행하여 처우 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특히 가족 요양의 경우, 일반 요양보호사와 달리 중증 수급자를 돌봐도 중증 가산금이 적용되지 않고, 하루 1시간, 한 달 20시간만 요양 서비스로 인정받는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가족 돌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급여가 '슬림화'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돌봄법 시행은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려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그러나 예산 부족 논란, 사회서비스원 폐지 움직임, 그리고 돌봄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 현실은 '급여 슬림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충분한 예산 확보와 투명하고 합리적인 임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돌봄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돌봄 사회를 위한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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