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2026년 최저임금은 노사정 합의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첨예한 이해관계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과연 법제 개편이 이 오랜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 2026년 최저임금 합의의 '이면': 숫자 뒤 숨겨진 갈등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2025년 대비 2.9% 인상된 금액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6,880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결정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동계, 경영계, 공익위원 모두가 합의에 이른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합의의 이면에는 깊은 불만이 자리한다. 노동계는 고물가 상황에서 2.9% 인상률이 실질임금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노동자 생계비 보장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2.36%)은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평균(2.66%)보다 낮아,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경영 환경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호소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98.5%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하 또는 동결을 원했으며, 인상 시 신규 채용 축소(59.0%), 기존 인력 감원(47.4%), 근로 시간 단축(42.3%) 등의 고용 감축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 민간 소비 및 설비 투자 위축, 실업률 증가 등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모호한 기준'과 '공익위원의 그림자': 현행 결정 시스템의 한계
최저임금은 근로자 대표, 사용자 대표, 그리고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며,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8월 5일까지 다음 연도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매년 진통을 겪으며,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킨 경우는 9차례에 불과하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 결정 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들은 우선순위가 불분명하고 정량화하기 어려워, 매년 해석이 달라지고 결정의 객관성을 둘러싼 논란을 야기한다.
결정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하며 최종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로 인해 공익위원의 독립성과 결정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라는 한계로 인해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차등 적용'과 '적용 범위 확대': 법제 개편의 핵심 쟁점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과 '적용 범위 확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지역별 물가 차이와 업종별 생산성 및 지불 능력의 차이를 반영하여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일본이 47개 도도부현별로, 독일이 단체협약에 따라 업종별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도 시범 지역 또는 시범 업종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구분 적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오히려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고 노동자 간 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또한, 배달 라이더 등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지 여부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2023년 기준 약 85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노동계는 이들의 최소 소득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며,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이들의 자영업적 성격과 산업 위축 가능성을 이유로 적용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 외에도 최저임금위원회의 규모를 축소하고, 노사정 대표 대신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그리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노동 시장과 경제 여건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요소로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이 제도 개편 논의에서 다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상률 조정에 그치지 않는 근본적인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정 기준을 마련하고, 공익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며, 지역 및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적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 노동자 등 변화하는 노동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여 최저임금의 보호망을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제적 돌파구는 단순한 숫자 싸움을 넘어, 모든 경제 주체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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