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노동 시장에서 '파편 경험'의 확산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고용 관계가 흔들리면서, 개인의 경력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파편 경험은 임금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임금은 이 새로운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재편될까요?
▲ '파편 경험' 시대의 도래와 노동 시장의 변화
최근 노동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고용 형태를 벗어나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긱 워커(Gig Worker)'와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긱 워커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하여 단기 계약을 맺었던 'Gig'에서 유래한 말로, 정규직 대신 임시 계약을 통해 단기적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자는 2023년 기준 최소 88만 명에서 최대 303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국 15~69세 노동자 100명 중 11.4명이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긱 워커의 비중은 이미 36%를 넘었으며, 2027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파편화된 노동 경험은 노동자들에게 유연한 일자리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용 안정성 및 사회 안전망의 부재라는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퇴직금 혜택 또한 누리지 못해 생활 안정성이 낮은 실정입니다. 또한, 개별적으로 노동을 공급하므로 전통 산업의 조직화된 노동자에 비해 임금 교섭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강했다면, 이제는 '커리어 이동'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면서 노동 시장의 가치관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 전통적 임금 체계의 한계와 직무·성과급 전환 가속화
이러한 노동 시장의 변화는 기존의 임금 체계, 특히 '연공급(호봉급)'의 한계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연공급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방식인데,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IT나 플랫폼 산업에서는 젊은 인재가 더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 연차보다 성과 기반 보상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정부와 기업들은 임금 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2024년 6월 기준 전체 사업체의 64%가 기본적인 임금 체계조차 없는 상황이며, 임금 체계를 갖춘 사업체 중에서는 여전히 호봉급이 52.6%로 지배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는 직무급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2024년 기준 직무급을 도입한 공공기관은 129개로, 2023년 108개에서 증가했습니다. 직무급은 수행하는 일의 가치, 난이도, 책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동일한 직무에는 근속·연령·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유사 임금을 지급하여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해소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사업체 임금인상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 근로자의 연 임금총액 평균은 5061만 원으로 전년 대비 2.9% 올랐으나, 300인 미만 사업체의 연 임금총액 인상률은 2.5%로 대기업과의 격차가 여전합니다. 부산테크노파크의 사례처럼 계약직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것이 고용노동부에 의해 '차별'로 인정되기도 하는 등,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지급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 '파편 경험' 시대, 새로운 임금 체계의 과제와 방향
파편 경험이 주류가 되는 시대에 임금 체계는 더욱 복잡한 과제에 직면합니다. 긱 워커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기존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주휴수당, 퇴직금 등 기본적인 근로자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임금 체계 개편의 세 가지 과제로 격차 해소,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유지, 그리고 공정성을 제시하며, 기존 임금 체계로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긱 워커를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산재·고용보험의 대상 확대 및 플랫폼 노동자 수수료에 최저임금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2026년 3월 11일 칼럼에서는 공공기관 임금이 민간 노동 시장에 강력한 기준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며, 공공 부문이 적정 임금을 제시할 때 노동 시장 전체의 임금 기준이 상향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파편 경험의 확산은 임금 체계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연공급 중심의 경직된 임금 체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한 유연하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임금 지급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기업의 인사 관리 및 성과 보상 시스템 전반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개인은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다양한 형태의 파편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불규칙한 수입에 대비한 재정 계획과 스스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파편 경험 노동자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직무급 및 성과급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며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노동자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임금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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