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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돌봄의 덫에 빠질까? 그 숨겨진 반전

재경 마켓부 기자
생산적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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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돌봄 위기'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한 자금 흐름 재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가 과연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이 두 축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금융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층 분석합니다.

▲ '생산적 금융'의 두 얼굴: 성장 동력인가, 새로운 숙제인가?

'생산적 금융'은 금융 자금이 부동산이나 단기 투기성 자산 대신 기업 투자와 산업 혁신 등 실물경제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정책 개념입니다. 금융이 단순히 이자를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도록 방향을 바꾸자는 취지입니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 금융을 확대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며 자금 흐름의 구조적 왜곡을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국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총 10조 원 규모의 금리 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특히 '생산적 금융 금리 우대' 규모를 기존 3조 원에서 6조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우리금융그룹 또한 향후 5년간 총 80조 원을 생산적 금융 전환에 투입하고, 정부의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최초로 10조 원 참여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신성장동력산업, 유망 창업기업, 수출 기업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적 금융'이 마냥 순탄한 길만 걷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가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관치 금융'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무엇이 '생산적'인지 명확한 기준이 불분명하여 금융회사의 혼란을 야기하고,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한, 금융권이 기업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부실 대출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특히 생산성이 낮은 '한계기업'을 붙잡는 금융 지원은 오히려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 '돌봄 위기' 심화와 금융의 역할: 사회적 책임인가, 시장의 기회인가?

대한민국은 2026년 공식적으로 전체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돌봄 인력 부족과 노인 빈곤율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습니다.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가족 내 돌봄 기능이 약화되면서 돌봄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2042년에는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 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러한 돌봄 위기는 단순히 서비스 부족이나 재원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재생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러한 국가적 난제 앞에서 금융권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하며 돌봄 공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은 보건복지부와 손잡고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한 '야간 연장돌봄' 전국 대표전화를 개설하고, 2028년까지 3년간 총 60억 원을 투입해 전국 343개 돌봄시설의 환경을 개선하고 안전한 귀가를 지원합니다. 또한, 2018년부터 '늘봄학교' 지원 사업에 1250억 원을 투입했으며, 2027년까지 거점형 늘봄센터 73곳을 구축하는 데 5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신한금융은 시니어 대상 모바일 뱅킹 및 키오스크 교육, 보이스피싱 예방 특강 등 맞춤형 금융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결식 해결을 위해 소상공인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땡겨요 상생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IBK기업은행은 저출산·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 봄' 프로젝트를 통해 출산 및 양육 여건 조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업계는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하며 '통합 돌봄'에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보험이 단순한 위험 이전 수단을 넘어 생산적 금융의 출발점이자 고령화, 피지컬 AI 기반 돌봄 서비스 등 새로운 리스크를 포괄할 수 있는 보험 체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40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을 노인 돌봄 매니저로 변신시켜 시니어 케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언도 나옵니다.

▲ '생산적 금융'과 '돌봄'의 교차점: 공존의 길, 혹은 새로운 걸림돌?

그렇다면 '생산적 금융'은 '돌봄'에 걸림돌이 될까요? 언뜻 보면 경제 성장을 위한 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 지원은 서로 다른 목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의 행보를 보면, 이 둘은 상충하기보다 '포용 금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생산적 금융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동시에, 그 성과를 바탕으로 돌봄 인프라 확충,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걸림돌은 '생산적 금융' 자체보다는 '돌봄의 금융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있습니다. 돌봄 영역에 자본이 깊숙이 스며들면서 서비스의 다변화와 효율성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불평등 심화와 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 생산과 사회 재생산 사이의 모순이 돌봄 영역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돌봄을 단순한 서비스로 상품화하고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경우, 돌봄 노동자의 착취, 서비스 질 저하, 그리고 돌봄 받는 이들을 수동적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생산적 금융'이 '돌봄'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금융의 자원 배분 기능이 단순히 단기적 이윤 추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돌봄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금융의 효율성을 접목할 수 있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향후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의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돌봄 위기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생산적 금융'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금융기관의 혼란을 줄이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투자를 독려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합니다. 둘째, '돌봄의 금융화'에 대한 규제 및 감독 체계를 강화하여 자본의 침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불완전 판매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셋째,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네트워크와 협동조합 형태의 돌봄 조직 등 '돌봄 커먼즈'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여, 돌봄이 단순한 서비스 거래를 넘어 상호 호혜적 관계에 기반한 공동체적 실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금융이 경제 성장의 혈관 역할을 넘어,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심장이 될 때 비로소 '생산적 금융'과 '돌봄'은 진정한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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