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의 든든한 버팀목인 구직급여 제도가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고용보험기금은 고갈 우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구직급여가 오히려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연 구직급여는 우리 경제 도약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독이 될까.
▲ 고갈 위기 고용보험기금, 왜 흔들리는가?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은 현재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실업급여 잔고는 3조 5천억 원에 불과하며,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7조 7천억 원의 차입금을 제외하면 4조 2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감사원은 2025년 11월,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 실업급여 재정이 단 8개월 만에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보험법에 명시된 연간 지출액의 1.5~2배 수준 적립 기준은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충족되지 못했다.
이러한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급증하는 지출이 꼽힌다. 2025년 구직급여 지급액은 12조 2,85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025년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월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해소를 위한 모성보호 육아지원사업 예산이 고용보험기금(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면서 기금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5년 모성보호 육아지원사업 예산은 4조 원으로 2024년 대비 1.6배가량 늘었으며, 이는 기금의 재정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모성보호사업 지출 확대 규모에 비해 일반회계 전입금 증가 규모가 부족하다며, 정부의 책임 강화를 위한 일반회계 전입금 추가 확대를 촉구했다.
또한, 구직급여 반복 수급자와 부정 수급 문제도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는 11만 명을 넘어섰으며, 해외 체류 중 허위 구직 활동으로 실업급여를 타낸 부정 수급 사례도 다수 적발되었다. 고용노동부는 허위·형식적 구직 활동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고 있으며, 워크넷 입사 지원 결과와 고용보험 시스템을 연계하여 교차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 '일하는 것보다 낫다?' 최저임금 역전 현상의 그림자
구직급여 제도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최저임금 역전 현상'이다. 현행 구직급여는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하지만,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되어 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 구직급여 월 하한액은 약 198만 원 수준이다. 반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급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제외한 세후 실수령액은 약 189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하지 않고 받는 구직급여가 일하는 근로자의 실수령액보다 많아지는 기형적인 현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나는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실직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고 재취업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0월 구직급여 지급 기간이 연장된 이후 수급자의 평균 수급 기간은 약 30일 늘어났고, 실업급여 지급 기간 내 재취업률은 4.8%포인트 감소했다. 즉, 구직급여가 실직 기간 동안의 생계 안정을 돕는 긍정적인 효과(소비 수준 유지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구직 활동을 덜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한편, 2026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구직급여 하한액이 기존 상한액을 넘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일 상한액이 66,000원에서 68,100원으로, 임금일액 상한도 11만 원에서 11만 3,500원으로 인상되었다. 그러나 이는 구직급여를 더 후하게 주려는 정책적 의지라기보다는 제도적 충돌을 수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 경제 도약의 마중물로 거듭나기 위한 해법은?
구직급여가 단순한 복지 제도를 넘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모성보호 육아지원사업 비용을 실업급여 계정에서 분리하여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강력하게 제안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일반회계 전입금 비율을 확대하고, 기금 적립금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험료율이 자동 조정되는 장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구직급여 제도의 합리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구직급여 하한액을 폐지하고 평균 임금의 60%인 현행 기준을 준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구직급여 수급 요건인 기준 기간(18개월)과 보험 기여 기간(180일)을 각각 24개월과 12개월로 연장하여 반복 수급을 억제하고, 부정 수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장기 수급자(8주차 이상)에 대해서는 주 1회 이상 구직 활동을 의무화하는 등 구직 활동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도 시행 중이다.
셋째, 재취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여 구직급여의 본래 목적인 '경제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구직급여는 실직 기간 동안의 생계 보장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조기재취업수당을 통해 빠른 재취업을 유도하고, 직업 능력 개발 훈련 등 실질적인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구직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노동 시장 환경에 맞춰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청년층의 자발적 이직에 대해서도 생애 1회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첫 직장이 맞지 않거나 불합리한 근무 여건으로 퇴직한 청년들이 다시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이다. 또한, 정년 연장 흐름에 맞춰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과 함께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구직급여는 실직의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 안전망이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재정 악화와 근로 의욕 저하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을 넘어, 구직자들이 빠르게 양질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경제 도약의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독자 여러분 또한 변화하는 구직급여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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