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금고를 훔친 아들이 대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친족상도례 규정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이후 이뤄진 형법 개정이 이번 판결의 핵심 배경이다. 피해자인 부모가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친고죄 적용이 이뤄졌다.
▲ 대법원, 부모 재산 절도 아들 공소기각 결정
부모의 주거에 침입하여 수천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가 대법원의 판단 끝에 친족상도례 관련 공소기각 처분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2월, 절도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이 판결은 친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한 법적 판단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24년 12월, 부모 자택에서 2천여만원이 든 금고를 훔쳤으며, 이후 2025년 6월에는 타인의 차량에서 현금을 절취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대법원은 부모의 재물 절도 부분에 대해 공소기각을 결정했으나, 다른 절도 범행은 그대로 유효하여 경합범 관계가 유지된다.
▲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와 형법 개정 과정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친족 간 재산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과거 형법은 '친족상도례' 규정(옛 형법 제328조 제1항)을 통해 직계혈족 및 배우자 등 특정 친족 간의 재산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해당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친족 관계만으로 형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폐지하고, 대신 친족 간 재산 범죄를 '친고죄'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 형법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개정 형법은 2025년 12월 31일 시행되었으며, 부칙을 통해 2024년 6월 27일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최초로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김씨의 범행 시점인 2024년 12월에 해당하여 개정 형법의 적용 대상이 되었다.
▲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이
김씨의 부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아들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2025년 8월, 개정 형법 시행 전 선고가 이뤄진다는 점과 다른 절도 범행의 신속한 처벌 필요성을 이유로 개선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김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2심 또한 2025년 12월 17일 유죄 판단을 유지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판결 선고 단 2주 뒤인 2025년 12월 31일, 개정 형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법원은 2026년 2월, 개정 형법의 부칙 조항과 김씨 부모의 고소 취하를 근거로 2심의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은 1심 선고 전에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으므로 원심(2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쟁점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친족 간 재산 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법적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 피해자 의사 존중, 친족 간 재산 범죄 새 시대 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친족상도례 개정 형법이 실제 사건에 적용되는 첫 사례로서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향후 친족 간 재산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고소 여부 및 고소 취하가 공소 유지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 내부의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함으로써, 친족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법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개정 형법의 부칙 적용 시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법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일관된 법 적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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