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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우주항공, 틈새시장 강자 부상 ... 혁신 문화와 정부 지원

김영 기자
스위스 우주항공, 틈새시장 강자 부상 ... 혁신 문화와 정부 지원
©연합뉴스 제공

 

스위스가 우주항공 산업의 숨은 강자로 부상하며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있다. 정밀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통과 실패를 장려하는 혁신 문화, 그리고 효율적인 정부 운영이 이러한 지위를 뒷받침한다. 로켓 페어링 제작 및 우주 파편 제거 등 특정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우주 생태계에 필수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 우주항공 핵심 부품 생산 주도

스위스는 직접 로켓을 고안하거나 발사하는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주항공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우주기구(ESA) 창립 회원국으로서 우주 로켓의 핵심 부품 생산을 주도하며 "스위스가 없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로켓을 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방문한 루체른 근교의 우주항공 기업 '비욘드 그래비티'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로켓 페어링 제작 전문 기업으로, 로켓의 가장 앞에 위치해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를 만든다. 이 업체는 NASA의 벌컨·아틀라스 로켓, ESA의 아리안6·베가C 로켓 페어링을 수주·공급했으며, 최근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H3 로켓의 페어링까지 공급하며 기술력과 비용 효율성을 입증했다.

우주 파편(space debris) 청소 분야에서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스페이스센터'를 기반으로 탄생한 '클리어 스페이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수백만 개의 로켓 잔해와 파편이 떠다니는 우주 궤도에서 이들을 수거하고 청소하는 우주 로봇을 제작하는 이 기업은, 우주 파편 제거의 상용화라는 측면에서 우주 산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ESA는 2025~2026년경 클리어 스페이스가 주도하는 '클리어스페이스-1'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우주 쓰레기 제거 임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스위스의 우주 시장 참여는 인류의 우주 활동 초창기부터 시작됐다. 지난 3월 25일 스위스 베른대학교의 니콜라스 토마스 교수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당시 달 표면에 설치된 최초의 우주 장비가 바로 베른에서 만들어진 태양풍 구성 측정기였다고 강조했다.

▲ 혁신 장려와 효율적 정부 운영 기반

이러한 혁신 기업들이 스위스에서 연이어 탄생하는 배경에는 스위스 고유의 혁신 추구 문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정부 운영이 있다. 스위스 정부는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되 규제하지 않는 '작은 정부'의 전통을 유지한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혁신 생태계 강화를 위해 조성한 '스위스 이노베이션파크'는 이러한 정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스위스 전역에 6곳이 마련된 이노베이션파크 중 취리히 인근의 '이노베이션파크 취리히'에는 취리히대학교(UZH) '스페이스 허브'가 주도하는 스위스 우주항공센터(CSA)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CSA에 참여하는 취리히대의 코라 틸 교수는 지난 3월 23일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역할은 규제가 아닌 전략적 조율, 재정적 지원, 그리고 정치적 안정성 제공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외교부의 마르쿠스 라이트너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무엇이 다음번의 거대한 흐름이 될지 예측하기에 정치인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를 비즈니스와 경제계 혹은 대학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향식(bottom-up) 접근 방식은 산업계의 요구를 이해하고 혁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모든 것이 실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 실패를 두려워 않는 교육 생태계

기관이 혁신의 판을 깔아주면 구성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활동하는 모습은 스위스 대학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잔연방공과대는 학생들의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시제품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 장비, 지도, 자금 등을 제공하는 '메이크'(MAKE)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탐사 로봇을 만드는 '엑스플로어' 팀의 학생 조반니 라니에리는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실패해도 된다. 그 실패를 바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로 학교 분위기를 대변했다. 우주 궤도에 나노 위성 2기를 올리는 것이 목표인 '스페이스크래프트' 팀의 아나 슈바베달은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어떤 것도 빚진 것이 없다"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스위스는 정밀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통과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효율적인 정부 지원이 결합된 독특한 생태계를 통해 우주항공 산업의 틈새시장을 선점하며 미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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