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 연구팀이 한반도 남부의 백악기 식물 화석 400여 점을 분석해, 당시 이 지역이 건조한 사바나 생태계였음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백악기 식물 생태계 구분론을 재정의하는 연구 결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민, 김경수 교수 등은 거대 산맥의 비그늘 효과가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 한반도 남부, 1억1천만년 전 사바나 환경 확인
미국 UC 버클리의 이제민 교수와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경남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서포면 일대에서 발굴된 400여 점의 식물 화석을 분석, 약 1억1천만년 전 백악기 중기 한반도 남부가 '온대 산간 사바나' 생태계였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백악기 시대 식물 생태계가 단순히 위도에 따라 구분된다는 기존 학계의 정설을 뒤집는 중요한 성과로, 국제 저명 학술지인 '백악기 연구(Cretaceous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특정 지역의 지형적 특성이 고대 생태 환경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대부분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잎이 뾰족한 비늘 모양으로 진화한 침엽수들이었다. 이러한 화석 기록은 당시 환경이 현재의 예측보다 훨씬 건조했음을 시사한다.
▲ 거대 산맥의 '비그늘' 효과, 건조 기후 원인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기 당시 경남·북 일대에 걸쳐있는 거대한 퇴적 분지인 경상분지의 동쪽에는 해발 약 2,500m에 달하는 거대 산맥이 존재했다. 이 산맥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습윤한 비구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비그늘' 효과를 일으켜, 진주와 사천을 포함한 한반도 남부 지역에 극심한 건조 기후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도가 높은 산맥이 수분을 머금은 구름의 이동을 방해하고, 산맥의 바람받이 사면에는 강우가 집중되는 반면, 바람그늘 사면에는 건조한 공기만 도달하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사바나와 같은 메마른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러한 지형적 특성이 해당 지역의 식물 생태계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는 지형과 기후가 생태계에 미치는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명확한 증거로 제시된다.
▲ 속씨식물 유입 지연의 지형적 배경
이번 연구는 백악기 중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번성을 이룬 '속씨식물(꽃 피는 식물)'이 왜 유독 한반도에 늦게 상륙했는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했다. 산맥으로 둘러싸인 혹독한 건조 환경이 속씨식물의 유입과 확산을 가로막는 거대한 생태학적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속씨식물은 일반적으로 습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빠르게 번성하는 특성을 가지는데, 한반도 남부의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은 이러한 식물의 정착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적인 식물상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한반도 특정 지역은 독자적인 생태 환경을 유지하며, 다른 지역과는 다른 생물 진화 경로를 겪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지리적 고립과 기후적 특성이 식물 종의 분포와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 독창적 지형이 만든 고대 생태계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반도의 독창적인 지형과 기후가 과거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라며, "고대 한반도 환경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지질학적, 생물학적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한반도가 단순히 대륙의 일부가 아닌, 독자적인 기후 및 생태학적 특성을 가졌던 지역임을 재확인시켜준다. 연구 결과는 과거 지구 환경 변화와 생물 진화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현대 기후 변화 예측 및 생물다양성 보존 연구에도 간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앞으로 이러한 고생물학적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 한반도의 고대사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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