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심해 채굴, 왜 ISA 가이드라인이 미래를 좌우할까?

재경 마켓부 기자
심해 채굴, 왜 ISA 가이드라인이 미래를 좌우할까?
©AI 생성 이미지 제공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심해에 잠든 막대한 자원의 잠재력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다름 아닌 국제해저기구(ISA)가 마련할 심해 채굴 가이드라인에 달려 있습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이 될지, 또 다른 환경 재앙을 초래할지는 이 규제 프레임워크의 완성도에 따라 갈릴 것입니다.

▲ 심해 자원 개발의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딜레마

심해는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원으로 꼽히는 희귀 광물들의 보고입니다. 특히 망간 단괴는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필수적인 망간,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전략 광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그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전기차 및 에너지 전환 기술에 필요한 핵심 광물 수요가 현재보다 최대 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심해 자원 개발에 대한 압력을 가중하는 요인입니다. 실제 심해 광물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심해 채굴은 미지의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심해 환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물 다양성과 독특한 생태계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적물 부유, 소음, 빛 공해 등은 해양 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번 훼손된 심해 생태계는 복구에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인류의 중대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 ISA의 역할과 심해 채굴 가이드라인의 진화

국제해저기구(ISA)는 국가 관할권 밖의 심해저, 즉 '인류 공동 유산'의 광물 자원 탐사와 개발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입니다. ISA는 1994년 설립 이래 심해 광물 탐사 규정을 제정하고, 30개 이상의 탐사 계약을 승인하며 그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상업적 채굴을 위한 포괄적인 규정인 '채굴 코드(Mining Code)'는 그간 여러 차례의 마감 시한을 넘기며 여전히 논의 중에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일부 회원국이 '2년 규칙'을 발동하면서 ISA는 2023년 7월까지 채굴 코드를 완성해야 했으나, 이 기한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ISA 이사회는 채굴 코드 초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은 환경 보호 기준의 구체성, 책임 및 배상 메커니즘, 로열티 분배 방식 등입니다. 2026년 현재, ISA는 환경 영향 평가, 모니터링, 관리 계획 등 엄격한 환경 규제 요건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무분별한 채굴을 방지하고 해양 생태계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 한국의 심해 채굴 전략과 국제 협력의 중요성

대한민국은 일찍이 심해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ISA와 협력하여 망간 단괴, 해저 열수광상 등 심해 광물 탐사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에서 망간 단괴 독점 탐사권을 확보하는 등 상당한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ISA의 최종 채굴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상업적 채굴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ISA의 규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국제사회의 환경 보호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심해 채굴 기술의 친환경성 및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심해 환경 데이터 공유 및 국제 공동 연구 참여를 통해 신뢰성 있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심해 자원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한국이 심해 자원 강국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책임감 있는 해양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길입니다.

심해 채굴은 인류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미지의 환경에 대한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줍니다. ISA의 채굴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법적 규제를 넘어, 인류가 심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향후 ISA가 제시할 최종 가이드라인은 심해 자원 개발의 향방을 결정할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각국 정부와 기업은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