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교들이 글로벌 대학 순위 상승을 목표로 평가 기관에 수억 원을 지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영국 대학 평가기관 QS와 THE에 대한 프로그램 구독 및 컨설팅 비용 지출 내역이 공개되면서, 계량화된 지표에 대학들이 매몰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교들이 국제 대학 순위 상승을 위해 영국 대학 평가기관 QS와 THE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의 최근 10년간 랭킹 전략 자문 용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일부 학교는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단순 홍보비 집행을 넘어, 이들 기관의 지표 분석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독하거나 직접 컨설팅을 받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입니다.
▲ 평가기관 유료 프로그램 구독 및 컨설팅 현황
강원대학교는 2023년부터 3년간 THE의 평가 지표 분석 프로그램인 '데이터 포인트' 구독에 매년 1억 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3년간 총 3억 4천만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대학들의 지표 및 점수 현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THE가 제공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입니다. 강원대는 이를 통해 교육, 연구환경, 연구의 질, 산학협력, 국제화 등 핵심 지표별 순위 변동을 점검하고 9개 거점 국립대 간 순위를 비교하는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왔습니다. 경북대학교 또한 2019년 THE 분석 프로그램에 약 3천만 원을 지출했으며,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QS와 THE에 광고비 명목으로 2억여 원을 추가로 집행했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는 지난해 3만 5천 달러(약 5천200만 원)를 지불하고 QS로부터 지표 분석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QS 평가의 핵심 지표인 '평판도'가 약점으로 지적되었으며, 논문당 피인용 수 감소와 홍보 부족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 투자 대비 미미한 순위 상승 효과
이러한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랭킹 상승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강원대학교는 프로그램 구독 기간 동안 THE 순위가 1201~1500위 구간에 머물렀습니다. 경북대학교는 5년간 THE 순위가 801~1000위에서 501~600위로 상승했으나, QS 순위는 500~550위 사이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 역시 QS와 THE 순위 모두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 대학 운영의 지표 중심 재편 우려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평가 기관과의 '직거래'를 지속하는 이유는 순위 상승에 대한 절박함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일부 국립대는 QS·THE 외에도 외부 사설 업체에 대학 순위 대응 전략 수립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한밭대학교는 2024년 2천만 원, 창원대학교는 지난해 4천 800만 원을 각각 업체에 지출했으며, 전남대학교도 지난해 2천 200만 원 상당의 관련 용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대학들은 전담 직원이나 교수를 배치하는 등 '랭킹 대응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일부 사립대는 QS나 THE 국제 행사를 유치하거나 대학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QS 지표를 직접 연동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 운영이 평가 기관의 입맛에 맞춘 지표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2022년 UC버클리 연구진은 글로벌 랭킹 시스템의 맹점을 지적하며, QS와 컨설팅·광고·분석 서비스를 거래한 대학이 그렇지 않은 대학보다 평균 순위가 상승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순위 상승의 여지가 존재하는 한, 대학들이 평가 기관의 상업적 비즈니스를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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