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잇달아 획득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를 포함한 국내 기업 3곳이 이달 미국 식품의약청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시장 독점권과 세제 혜택을 확보했다. 이는 국내 기술력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실질적인 모멘텀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총 14개의 치료제 중 3개가 한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지정 건수의 약 21%에 해당하는 수치로, 한국 바이오 산업이 희귀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개발 역량을 갖추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지정에 포함된 기업은 유한양행, 에이비엘바이오, 엑셀라몰 등 총 3개사다.
▲ FDA 희귀의약품 지정 비중 20% 상회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ODD) 제도는 환자 수가 20만 명 미만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희귀질환은 시장 규모가 작아 기업들이 개발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나, FDA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다. 지정된 의약품은 미국 시장에서 출시 후 7년간의 강력한 시장 독점권을 보장받으며, 이는 특허와 별개로 부여되는 강력한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상시험 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FDA 심사 수수료인 처방의약품 신청자 비용 부담법(PDUFA)에 따른 수수료 일부가 면제된다. 이 외에도 임상시험 보조금 지원과 규제기관의 긴밀한 개발 상담 등 행정적 지원이 뒤따른다. 이러한 혜택은 신약 개발의 완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개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극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 7년 독점권 및 세제 혜택 통한 개발 가속화
구체적인 성과를 살펴보면, 유한양행은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YH35995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고셔병은 특정 효소 결핍으로 인해 체내에 글루코실세라마이드(GL1)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YH35995는 GL1의 생성을 낮추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효소 억제제로, 환자가 복용하기 편리한 경구용 저분자 화합물 형태의 기질감소치료법(SRT)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기존 치료제 대비 복용 편의성과 치료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로 성과를 냈다. 토베시미그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하여 글로벌 파트너사인 컴퍼스 테라퓨틱스에 기술 이전한 이중항체 신약이다. 이 약물은 신생혈관 생성과 종양 내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DLL4 및 VEGF-A 신호 전달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바이오벤처 엑셀라몰 역시 췌장암 치료제 분야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하며 신진 기업의 저력을 보였다.
기존 파이프라인의 적응증 확대 사례도 두드러졌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은 췌장암과 위암에 이어 소세포폐암까지 희귀의약품 지정 범위를 넓혔다. 이는 합성치사 기전을 활용한 이중표적 항암제의 확장성을 입증한 결과다. 이엔셀의 동종 탯줄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 후보물질 EN001은 샤르코-마리-투스 병에 이어 듀센 근이영양증을 적응증으로 추가 획득하며 세포 치료제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 글로벌 빅파마 기술수출을 위한 핵심 지표 활용
제약 및 바이오 업계에서는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단순한 혜택 확보 이상의 의미인 기술력의 보증수표로 인식하고 있다. FDA로부터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질환의 희귀성 입증은 물론, 전임상 데이터의 신뢰성, 작용 기전의 타당성, 그리고 기존에 존재하는 치료 옵션 대비 차별화된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ODD 획득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 수출(L/O)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로 작용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희귀의약품은 높은 약가 책정이 가능하고 임상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어 대형 제약사들의 주요 인수 및 협력 대상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이 축적됨에 따라 FDA 희귀의약품 지정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실질적인 상업적 성과와 기술 수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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