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등록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의 고용 쿼터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단순 수치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며, 일자리의 질적 개선과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장애인 자립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기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의 고용률은 34%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인구 고용률인 63.8%와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로 장애인들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입증한다. 장애인 노동자들은 취업 과정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의 직무 적응에서도 심각한 소외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소득 공백을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와 고용률 격차 분석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시점에 만난 중증 발달장애인 윤혜성 씨의 사례는 양질의 일자리가 장애인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강남세움점에서 6년째 근무 중인 윤 씨는 기증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여러 공장을 거쳤으나 제대로 된 일감을 배정받지 못해 불안을 겪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매일 오전 6시에 기상하여 1시간 30분의 출근길을 감수하며 성실히 근무에 임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굿윌스토어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주 40시간 근무제를 준수하며 규칙적인 휴식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직장으로 평가받는다. 윤 씨는 이곳에서 벌어들인 월급을 저축하여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고 동생의 생계를 챙기는 등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립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은 전체의 극소수인 500여 명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장애인은 여전히 취업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 의무고용 쿼터제의 한계와 비자발적 퇴직률 증가 현상
정부의 정책 기조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29년까지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5%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실제 장애인 고용률 수치 자체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기업들이 업무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법적 쿼터 충족에만 급급하면서 실제 현장과의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직무 설계나 적응 지원 체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용 수치만 늘리다 보니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통계적 수치는 이러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의 기업체에서 발생한 장애인의 비자발적 퇴직 비율은 21.8%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비자발적 퇴직 비율인 13.5%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장애인 노동자들이 고용 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직무 개발과 장기적인 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기업 내 문화 형성이 필수적인 이유다.
▲ 수도권 편중 해소와 고용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제도적 제언
일자리 불균형은 지역적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 지방 소멸 현상과 맞물려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사업장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 굿윌스토어의 경우 전국 47개 매장 중 28곳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지방 거주 장애인들은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간 확보 문제와 기증품 공급의 용이성 등 현실적인 제약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장애인들의 소외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의 패러다임이 자선적 관점에서 자립적 관점으로 완전히 전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이 국가 수급비에 의존하거나 직장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수동적 존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의무고용률 수치 상승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용의 질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 기업은 장애인의 노동권을 단순한 복지 수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통합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재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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