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덮친 이례적인 조기 폭염과 고물가 기조가 맞물리며 유통업계의 여름 시장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에어컨 대비 유지비가 저렴한 선풍기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박과 면요리 등 여름 대표 먹거리 매출도 기록적인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마케팅 일정을 전면 수정하고 위생 관리 체계를 조기 가동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평년 기온을 크게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전 및 식품 유통 시장의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마트의 매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선풍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2.5%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통상적인 여름 가전 성수기가 5월 말이나 6월 초에 시작되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빠른 추세다. 특히 기상청이 올해 5월과 6월의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60%로 예보함에 따라 '긴 여름'에 대비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가전 시장의 불황형 소비와 고효율 가전 선호 현상
가전 시장에서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에어컨보다 선풍기를 선택하는 실속형 소비의 확산이다. 이달 이마트의 냉방 가전 전체 매출 중 선풍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나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은 고물가와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전력 소모가 큰 에어컨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냉방 수단을 선택하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적으로는 소음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무마찰(BLDC) 모터를 탑재한 고성능 선풍기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BLDC 선풍기 매출은 작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났으며, 야외 활동 증가와 맞물려 휴대용 및 탁상용 선풍기 역시 140%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선풍기 판매량의 25%를 점유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3만원 이하의 가성비 제품군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층의 유입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에어컨 매출이 직전 주 대비 90%, 선풍기는 100% 급증하며 여름 가전 대전의 서막을 알렸다.
▲ 먹거리 및 의류 시장으로 번진 때 이른 여름 소비 지표
먹거리와 패션 시장에서도 여름 모드가 본격화되었다. 이마트의 신선식품 부문 데이터를 보면 수박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8% 증가하며 과일 시장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스포츠 음료 또한 각각 40.4%, 27.9%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수박(40.5%)과 아이스크림(10.4%) 매출이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여름 식품 수요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시원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예년보다 일찍 폭발한 결과다.
외식 물가 상승의 여파로 가정 내 면요리 소비도 급증했다. 홈플러스의 분석 결과 소바 매출은 105%, 쫄면 등 차가운 면요리 품목은 251%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의류 부문에서는 기능성 냉감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홈플러스의 냉감 이너웨어 라인인 '쿨플러스' 전체 매출은 24% 성장하며 패션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가전부터 식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얼리 서머' 현상이 실질적인 실적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 유통업계의 조기 마케팅 대응과 강화된 위생 관리 체계
유통업계는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을 한 달가량 앞당겨 시행 중이다. 롯데하이마트는 통상 5월 이후 진행하던 대규모 세일을 '슈퍼 얼리 에어컨 세일'이라는 명칭으로 이미 시작했으며, 자체 브랜드인 플럭스(PLUX) 선풍기와 실링팬 물량을 전년보다 10% 이상 확대 확보했다. 이마트는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수박 전 품목을 할인하는 대대적인 신선식품 판촉에 돌입했으며, 가전 분야에서도 BLDC 선풍기 등 인기 모델에 대해 최대 5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기온 상승에 따른 먹거리 위생 관리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롯데마트는 예년보다 이른 더위에 대비하기 위해 하절기 식품 위생 중점 관리 기간을 조기 설정하고 관리 강도를 높였다. 특히 변질 우려가 큰 초밥과 김밥 등 즉석 조리식품의 판매 허용 시간을 기존 9시간에서 7시간으로 2시간 단축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매출의 핵심 변수가 된 만큼 계절의 경계를 허무는 시즌리스 마케팅과 발 빠른 재고 확보가 올해 상반기 실적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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