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의 핵심 쟁점인 연좌제를 폐지하는 개편안을 마련했으나 노동계가 이를 전면 거부하며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제도의 부분 보완이 아닌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기존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합비 세액공제와 연계된 이번 공시 개편안은 정부의 노사 관계 합리화 기조와 노동계의 자주성 수호 원칙이 충돌하는 지점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노동계와의 실무 협의 과정에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그간 노동계가 가장 강력하게 반발해온 이른바 연좌제 조항의 삭제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대규모 노조가 회계 정보를 공시하더라도, 해당 노조가 소속된 상급단체가 공시를 거부할 경우 소속 조합원 전체가 15%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 노조 회계공시 연좌제 폐지 및 공시 방식 완화 골자
정부의 이번 제안은 개별 노조가 스스로 회계 투명성을 증명한다면 상급단체의 공시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원들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조합원 규모가 1,000명을 상회하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자동차지부의 경우, 기존에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모두 공시에 참여해야 했으나 개편안이 시행되면 현대차지부의 자체 공시만으로도 혜택 유지가 가능해진다. 이는 노조 조직 내 상하 관계에 따른 불이익을 제거하여 제도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는 공시 시스템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기존의 정부 회계공시시스템 이용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노조가 자체 홈페이지 등 별도의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이를 정부 공시와 동일하게 인정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정부의 직접적인 감시를 피하고자 하는 노동계의 거부감을 줄이고 노조의 자율적인 공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유인책으로 평가된다.
▲ 노동계 완전 폐지 원칙 고수와 제도 실효성 비판
정부의 이러한 전향적인 양보안에도 불구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개편안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노동계는 이번 개편안이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으로 국가가 노조의 내부 회계 운영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노동 탄압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제시한 완화책이 제도의 독소 조항을 일부 제거하는 수준에 그칠 뿐,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 측은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상태로 원복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하며, 제도 유지를 전제로 한 어떠한 개편안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회계공시 제도가 태생적으로 노동조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을 명시하며 전면 폐지 외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확인했다. 특히 양대 노총은 정부가 세액공제 혜택을 볼모로 노조를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절차와 향후 노정 관계 전망
정부가 제안한 연좌제 폐지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행정 입법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과 노동계와의 협의 난항을 고려할 때, 이번 개편안이 법적 효력을 갖추고 시행되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확정안은 노동계와의 추가적인 소통을 통해 다듬어가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노동계는 제도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금전적 손실을 막기 위해 올해 예정된 회계공시는 기존 방식대로 이행할 계획이다. 회계연도 종료일이 12월 말인 일반적인 노조의 경우 매년 4월 30일까지 공시를 완료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9월 30일까지 기한이 연장된다. 양대 노총은 조합원들이 15%의 세액공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대규모 노조들의 공시 참여는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제도 유지 의지와 노동계의 전면 폐지 요구가 맞물리면서 회계 투명성을 둘러싼 노정 간의 긴장 관계는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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