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며 전셋값이 6억 원 선을 다시 넘어섰다. 정부의 실거주 의무 강화로 공급이 차단된 가운데 전세가율이 11개월 만에 반등하며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매물 부족을 견디지 못한 임대차 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월세로 전환되며 서민 주거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격히 사라지며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통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1만 5,4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인 2024년 4월 18일 기록된 3만 750건과 비교했을 때 49.9% 감소한 수치로, 사실상 시중 매물이 절반 수준으로 토막 난 상황이다. 봄 이사 철이라는 계절적 수요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임차인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 공급 절벽에 직면한 서울 전세 시장 현황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외곽 지역의 매물 감소세가 더욱 가파르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매물 감소가 목격된 가운데 노원구는 88.5%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이어 중랑구(-88.0%), 강북구(-83.5%), 성북구(-83.4%), 금천구(-77.1%) 순으로 매물이 마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의 경우 전체 전세 매물이 54건에 불과하며, 중랑구와 강북구 역시 각각 51건과 50건 수준에 머물러 지역 내 전세 이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구체적인 단지 사례에서도 이러한 전세난은 여실히 드러난다. 총 1,281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현대 아파트는 현재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이 2~3건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지역 전세 공급의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가구가 넘는 단지에서 매물이 전멸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장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봄 이사 철임에도 불구하고 대단지 내 전세 물건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은다.
매물 부족은 자연스럽게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 149만 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억 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10월(6억 1,694만 원)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전세 매물이 희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으며, 급한 임차인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실거래가 역시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 규제 강화에 따른 매물 잠김과 가격 상승세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이 지목된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과거에는 갭투자를 통해 시장에 신규 전세 물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었으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어 전세 공급망이 끊어진 것이다. 규제 강화가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며 시장의 자정 작용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축 아파트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면적 84.8655㎡는 지난 4일 7억 7,500만 원(15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2일 기록된 6억 8,000만 원(10층) 대비 1억 원 가까이 급등한 금액이며, 해당 면적대 최고가를 경신한 수치다. 현재 이 단지의 동일 면적 전세 호가는 최고 8억 9,000만 원까지 형성되어 있어 향후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매매 가격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반면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반등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1%로 전달(52.0%) 대비 상승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전세가율이 11개월 만에 고개를 든 것으로, 매매 시장보다 임대차 시장의 과열 양상이 뚜렷함을 보여준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월세 비중 48.3% 기록 및 주거 사다리 약화 우려
전세 물량을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월세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분석 결과 올해 들어 전날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6만 7,506건 중 월세 계약은 48.3%(3만 2,608건)를 차지했다. 2019년 28.2% 수준이었던 월세 비중은 2020년 31.5%를 거쳐 2022년부터 4년 연속 4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하며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월세 역시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년 전보다 24.9% 감소한 1만 5,009건에 그쳤으며, 평균 월세가는 지난달 152만 8,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매물 부족이 월세 수요를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월세 가격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세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전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도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임대차 시장 불안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리얼투데이 구자민 리서치연구원은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 규제 이슈가 겹치면서 월세 전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월세는 서민 주거의 핵심인 만큼 정부가 임대차 시장의 수급 안정과 가격 통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제가 공급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만큼, 시장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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