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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조건부 승인 2개월…기술 협의 교착 장기화

이성경 기자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조건부 승인 2개월…기술 협의 교착 장기화
©연합뉴스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둘러싼 정부와 구글 간의 협의가 사실상 중단되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데이터 보관 방식과 보안 시설 처리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양측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기술적 검증 절차도 공전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서비스 운영 방식과 국내 보안 규정 사이의 충돌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실제 지도 데이터 반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승인한 지 두 달이 지났으나 실제 반출을 위한 후속 논의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도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개최된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는 승인 결정 당시 기대했던 조속한 서비스 개선과는 거리가 먼 상황으로, 양측이 요구하는 기술적 세부 사항의 간극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 보안 기술 조건 이행 및 검증 절차 난항

현재 협의가 공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기술적 조건 이행과 관련한 인식 차이다. 정부는 고정밀 지도가 국외로 나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서면으로 요구하고 있다. 핵심 요구 사항은 위성 이미지 내 군사 시설 및 국가 보안 시설에 대한 블러 처리(가림 처리)와 과거 시계열 영상인 구글 어스, 스트리트뷰 데이터의 동시 수정이다. 구글은 지난해 간담회 등을 통해 이러한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이를 글로벌 서버 운영 체계 내에서 어떻게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검증받을지를 두고 정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데이터의 보관 장소와 이전 방식, 활용 경로에 대한 세부 명세가 쟁점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지도가 해외 서버로 이전된 후에도 실시간으로 보안 기준이 준수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보완을 원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운영하는 만큼 한국만을 위한 별도의 데이터 관리 공정을 수립하는 데 기술적, 운영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부 기술 사항에 대한 설명과 조율이 반복되면서 협의는 제자리를 맴도는 실정이다.

▲ 정부 부처 간 시각차와 국내 플랫폼 업계 보호 논리

정부 내부에서도 부처별로 사안을 바라보는 온도 차가 뚜렷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통상 마찰 해소와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편의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지도 반출의 조속한 마무리를 기대하는 기류다. 고정밀 지도가 구글 서비스에 통합될 경우 해외 관광객의 국내 모빌리티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관광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미국과의 통상 이슈에서 지도 데이터 개방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는 단순히 보안 문제를 넘어 국내 지도 플랫폼 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우려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구축한 정밀 지도 생태계가 구글의 시장 지배력에 의해 잠식될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의 반출이 조건부로 허가된 만큼 구글이 제시된 모든 조건을 완벽히 이행했다는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만 다음 단계인 협의체 보고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국토부의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 글로벌 표준과 국가 안보 사이의 접점 모색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가 안보를 규정하는 공간정보관리법의 엄격한 적용과 글로벌 서비스의 범용성 사이의 충돌이다. 구글이 요청한 1대 5,000 축척의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표현할 만큼 세밀하여 자율주행차나 정밀 내비게이션의 핵심 데이터로 활용된다. 현행법은 1대 25,000보다 정밀한 지도의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장관의 승인이 있을 때만 예외를 허용한다. 구글은 과거부터 한국 지도의 글로벌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반출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서버 내 보안 시설 삭제를 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조건부 승인이 실질적으로는 비승인에 가까운 행정 절차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행하기 까다로운 기술적 조건을 전제로 승인함으로써 책임은 회피하면서 실제 반출은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 본사의 지도 사업 관련 인사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방문이 협상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구글 측 인사가 방한하여 정부 고위 관계자와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기술적 이행 계획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구글이 한국 정부의 보안 요구를 글로벌 표준 시스템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 녹여낼 수 있느냐가 이번 장기 공전 상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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