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 전쟁발 귀국 지연 보상 '제각각'…표준약관 해석 차이에 소비자 분쟁 격화

이성경 기자
중동 전쟁발 귀국 지연 보상 '제각각'…표준약관 해석 차이에 소비자 분쟁 격화
©연합뉴스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해외 패키지 여행객들의 귀국이 대거 지연되면서 여행사와 소비자 사이의 보상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업체별 지원 기준이 상이한 가운데 표준약관 해석을 놓고 한국소비자원과 업계의 시각차가 뚜렷해 분쟁 해결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특히 고액의 개별 항공권 구매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달 초 중동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하늘길이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의 항공 허브인 두바이 국제공항 등이 폐쇄되거나 운항이 중단되면서 현지에 체류하던 국내 패키지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여행이 종료되어야 할 시점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일정 지연은 숙박비와 식비 등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졌고, 현재 이는 여행사와 고객 간의 날 선 법적·금전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 여행사별 상이한 추가 비용 지원 현황 및 세부 기준

주요 여행사들은 귀국 지연 사태에 대해 각기 다른 보상안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두바이 공항 폐쇄로 인해 현지에서 귀국이 지연된 고객에게는 추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집트 카이로 체류 고객에게는 추가 비용의 50%만 지원하기로 하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하나투어 측은 카이로의 경우 공항 자체가 폐쇄된 두바이와 달리 경유 항공 노선이 중단된 사례이기에 상황의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모두투어는 두바이나 카이로 등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중동 경유 노선 중단으로 귀국이 늦어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 중이다. 모두투어는 1박당 15만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당시 현지 체류비 평균인 약 14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참좋은여행은 1박당 75유로의 숙박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노랑풍선은 항공료와 체류비를 포함한 전체 추가 비용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놀유니버스는 귀국 항공료를 포함한 추가 체류 비용 전액을 지원하며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표준약관 해석 놓고 여행업계와 한국소비자원 대립

이처럼 보상 기준이 업체마다 다른 이유는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현재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를 표준약관 제12조에 명시된 천재지변이나 전란 등에 의한 불가피한 여행 조건의 변경으로 간주한다. 여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변경했으며,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원칙적으로 고객의 부담이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여행사가 일부를 보전해 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고객들로부터 일정 변경에 대한 서면 동의서를 수령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사안을 표준약관 제18조에 따른 여행 출발 후의 계약 해지로 해석하고 있다. 해지의 사유가 여행사나 소비자 어느 한쪽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여행사와 소비자가 절반씩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즉, 여행 조건의 단순한 변경으로 보느냐 혹은 계약의 해지로 보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의 의무와 비율이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여서 양측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개별 항공권 구매 비용 부담 주체와 가이드라인 필요성

가장 큰 갈등의 씨앗은 개별적으로 구매한 귀국 항공권 비용이다. 귀국 노선이 불투명해지자 일부 여행객들은 여행사가 마련한 대체 항공편을 기다리는 대신 수백만 원을 들여 개별 항공권을 구매해 귀국했다. 여행사가 제공하는 대체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기존 항공권의 효력을 인정받는 엔도스(Endorse) 처리가 되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를 기다리지 못한 승객들은 신규 항공권 가격과 기존 항공권 환불액 사이의 막대한 차액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개별 구매 비용에 대해 여행사들은 원칙적으로 보상이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현지에서의 긴박한 상황과 여행사의 안내 부족 등을 이유로 차액 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전쟁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 상황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확히 규율할 세부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것이 혼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유사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분담 원칙을 구체화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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