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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눈치보다 호기심 우선, 감각적 즐거움 중심의 소비 대전환

이성경 기자
사회적 눈치보다 호기심 우선, 감각적 즐거움 중심의 소비 대전환
©연합뉴스

 

국내 성인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핵심 동기가 과거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제약에서 제품 자체에 대한 흥미와 감각적 즐거움으로 이동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장기 추적 조사 결과, 과거 1위였던 사회적 수용성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호기심과 맛이 새로운 주류 동기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담배 제조사의 디자인 및 향료 마케팅이 소비 행태에 깊숙이 관여한 결과로 분석되며 보건 당국의 규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흡연자들의 담배 소비 행태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일반 연초 담배의 대안으로서 '남의 눈치를 덜 보기 위해' 전자담배를 선택했던 경향이 사라지고, 이제는 제품이 주는 흥미와 감각적인 만족감이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기호의 변화를 넘어 담배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과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흡연자들의 전자담배 사용 동기는 지난 몇 년 사이 확연한 대조를 보이며 재편되었다.

▲ 전자담배 선택 이유 사회적 수용성에서 호기심으로 전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국제 담배규제정책 평가 프로젝트(ITC)의 일환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흡연자들의 심리적 변화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6년 4월 19일 발표된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 2016년 한국 조사 당시 주 1회 이상 흡연하며 전자담배를 혼용하던 164명의 응답자 중 61.2%가 전자담배 사용 이유로 사회적으로 더 수용적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1위로 꼽았다. 이는 당시 공공장소 내 흡연 규제가 강화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선택이 주를 이뤘음을 시사한다.

당시 조사에서 2위는 타인에게 덜 해로워서라는 응답이 54.6%를 기록했고, 3위는 흡연량 감소에 도움이 돼서라는 응답이 52.7%를 차지했다. 이는 초기 전자담배 이용자들이 자신과 주변인의 건강, 그리고 금연이라는 목표 지향적 동기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0년 1,08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후속 조사에서 사회적으로 더 수용적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31.6%로 급감하며 과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타인에게 덜 해로워서라는 응답 역시 39.0%로 하락하며 건강 및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음을 증명했다.

▲ 수치로 증명된 목표 지향적 동기 쇠퇴와 감각적 즐거움 확장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개인적 호기심과 감각적 유희였다. 202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 62.8%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흡연보다 덜 해로워서라는 응답이 45.4%로 2위를 차지했으나, 3위에는 맛이라는 응답이 43.2%를 기록하며 새롭게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는 전자담배가 단순히 연초를 대체하는 수단을 넘어, 다양한 향과 맛을 즐기는 하나의 기호품이자 놀이 문화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감성적 요인의 비약적인 상승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라는 응답은 2016년 8.6%에서 2020년 26.8%로 세 배 이상 폭증했다. 기기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멋있어 보여서라는 응답 또한 2.7%에서 11.4%로 크게 늘어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를 목표 지향적 동기의 감소와 비목표 지향적 동기의 증가로 규정했다. 금연이나 건강 증진, 사회적 평판 관리와 같은 뚜렷한 목표 대신 제품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흥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자담배 동시 사용자 집단의 소비 행태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금연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제조사 마케팅 전략 변화에 따른 규제 프레임워크 재설계 필요

이러한 소비 동기의 변화 배후에는 담배 제조사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초기 전자담배 시장이 '덜 해로운 대안' 혹은 '냄새 없는 담배'라는 점을 강조했다면, 최근의 마케팅은 세련된 기기 디자인, 수만 가지의 액상 향료,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전자담배를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나 전자기기처럼 인식하게 함으로써 흡연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용 동기가 감각적 즐거움에 치중될수록 니코틴 의존도는 심화될 수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신규 흡연 유입을 차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연구진은 전자담배의 고유한 특성, 즉 맛과 향, 디자인 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규제 범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 흡연자의 사용 동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제품의 매력도를 낮추는 강력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전자담배를 향한 호기심이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향후 국가 금연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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