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사립대학인 고려대학교가 실질적인 공동 연구나 강의 실적이 미비한 해외 다작 연구자들에게 억대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논문 실적을 확보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 측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연구 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학계 내부에서는 대학 평가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위 학술 용병으로 불리는 이들은 해외 여러 기관에 소속을 중복 기재하며 막대한 보상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표 사학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가 이른바 학술 용병으로 의심되는 외국 소재 다작 연구자들에게 최대 억대 규모의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취재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학교는 지난 2023년 하반기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이라는 기치 아래 K-클럽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인용 지수가 높은 석학급 연구자 180여 명을 비전임교원으로 영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이들이 고려대학교 소속을 논문에 병기하는 대가로 막대한 인센티브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연구 윤리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외국인 다작 연구자 대상 1억 원대 인센티브 지급 실태 확인
구체적인 보상 체계를 살펴보면 고려대학교는 K-클럽 소속 비전임교원들이 소속 기관에 고려대학교를 이중으로 기재하여 논문을 발표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피인용률을 달성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이 인센티브는 단순한 명예직 보상이 아닌 인건비와 연구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금성 포인트 형태로 제공되었다. 최근까지 K-클럽 소속 비전임교원 3명은 각각 1억 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쌓은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세르비아 출신의 수학 및 컴퓨터공학 석학인 A 교수의 경우 2024년 고려대에 합류한 이후 1억 3천만 원이 넘는 보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 교수는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 기준으로 무려 181편의 논문에 고려대학교 소속을 기재했다. 이 논문들은 약 1,500회의 인용 횟수를 기록하며 대학의 연구 지표를 대폭 끌어올렸다. 놀라운 점은 A 교수가 원 소속 대학과 고려대학교 외에도 대만, 헝가리, 리투아니아, 터키, 아제르바이잔 등 총 7개국 기관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 출신의 화학 분야 석학인 B 교수 또한 100여 편의 논문을 통해 1,900회의 피인용 실적을 고려대학교에 안겨주었으며, 그 역시 1억 3천여만 원의 인센티브를 배당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B 교수는 원 대학을 포함해 총 4개 대학에 소속을 두고 있었다.
▲ 논문 소속 병기 대가로 지급된 환금성 포인트와 세계 랭킹 영향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금전적 보상에 비해 실질적인 교육이나 공동 연구 성과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파악된 자료에 따르면 A 교수와 B 교수 모두 고려대학교에서 강의를 직접 맡거나 자교 소속 전임교수와 실질적인 공동 연구를 수행하여 성과를 낸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대학 측이 연구자의 실적을 돈으로 구매하여 세계 대학 평가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이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K-클럽 소속 교원 중 고려대학교 소속을 병기하여 논문을 단 한 편이라도 작성한 130여 명에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인센티브가 차등 지급되었으며, 전체 규모는 최고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대학의 본질적인 연구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고려대학교 소속 교수는 대학이 세계 랭킹 평가에 과도하게 매몰되면서 벌어진 도덕적 해이라고 규정하며, 해당 재원이 학교 내부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쓰였다면 더욱 가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방식의 실적 부풀리기는 연구의 질적 향상보다는 단기적인 지표 개선에만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간 고려대학교는 K-클럽 교원들에 대한 보상 여부에 대해 정규 급여가 없다는 논리로 명확한 답변을 회피해 왔으나, 이번 실태 확인으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실질적 연구 교류 부재 논란과 글로벌 융합 연구에 대한 대학 측 해명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고려대학교 측은 K-클럽이 글로벌 연구 트렌드를 반영한 정당한 프로젝트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이 장기간 이어지고 글로벌 석학들의 몸값이 폭등하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형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 석학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학 관계자는 자교 전임교원들이 해외 연구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인센티브라는 유인책 없이는 현실적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고려대학교는 교육부 지침과 관련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며 각 학과 회의 및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교원들을 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한 차례 이들을 국내로 초청해 학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70여 명의 해외 연구자가 국내 교원과 공동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 그중 21개 팀이 연구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나름의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대학 측의 주장이다. 대학은 현행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현대적인 글로벌 융합 연구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해명했으나, 금전 보상과 논문 실적 사이의 직접적인 연계가 가져온 윤리적 책임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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