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벌여온 버스 저지 시위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사법 절차에 돌입했다. 광화문 일대 교통 정체와 시민 불편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장애인 단체와 시민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근본적인 이동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투쟁 방식이 지하철에서 버스로 옮겨간 가운데, 수사 당국이 이에 대한 법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 경찰당국은 최근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버스 저지 행동과 관련하여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를 포함한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 3주 동안 이어진 평일 출근길 시위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피해가 누적된 데 따른 사법적 조치로 풀이된다.
▲ 광화문 버스 전용차로 점거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 적용
경찰은 전장연이 지난 3월 26일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출범시킨 이후 벌여온 일련의 행위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들여다보고 있다. 전장연은 광화문 버스 정류장 등지에서 계단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도로로 진입해 현수막을 펼치고 약 5분간 차량의 출발을 막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로 인해 버스 전용차로에 후속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출근길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 초반의 위법성을 우선 검토하고 있으며, 혐의가 명확히 확인되는 대상자들에게는 순차적으로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일부 관계자에게는 이미 출석 요구서가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법 처리는 단순한 시위 억제를 넘어 공공의 이익과 시민의 이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유튜브 등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시위 현장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라는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수사 가속화의 배경이 됐다.
▲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 76.7% 기록하며 목표치 미달
전장연 측은 이러한 사법 압박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임을 선언하며, 수십 년간 지켜지지 않은 이동권 보장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이 투쟁 수위를 높이는 근거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저상버스 도입 지연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저상버스 도입 현황은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발표를 통해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를 100%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026년 1월 기준 실제 도입률은 76.7%에 머물러 있다. 목표 연도를 넘긴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네 대 중 한 대꼴로 여전히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없는 계단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예산 확보의 난항과 좁고 굴곡진 도로가 많은 서울 특유의 지형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자체 역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노선에 저상버스를 즉각 투입하기에는 기술적, 재정적 제약이 뒤따른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형이 험한 일부 노선의 경우 저상버스의 차체가 바닥에 닿는 등 운행 안전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지연 사유는 장애인 단체의 '생존권' 요구와 지자체의 '현실론'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 이동권 보장과 시민권 충돌에 따른 사회적 대화 필요성
결국 이번 사태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서민인 버스 이용객 사이의 이른바 '을과 을의 갈등'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이 무고한 시민의 일상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사법 처리를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갈등의 원인인 이동권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활동가들에 대한 처벌은 또 다른 저항과 사회적 손실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책임 있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시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악순환을 경고했다. 이 교수는 갈등 당사자들이 타협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며,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 배정과 로드맵이 제시되어야만 시민들의 피해도 멈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2026년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는 이 해묵은 갈등은 이제 법적 잣대를 넘어선 고차원적인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향후 경찰의 수사 결과와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을 후속 대책이 이번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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