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 대응책으로 도입된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가 지방자치단체의 저조한 참여와 정부의 부실한 기초 데이터 파악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공언했던 석유 소비 절감 효과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시행 10여 일 만에 목표 대비 현저히 낮은 실제 집행 결과를 내놓으며 정책 설계의 허점을 자인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가 제도 시행 초기부터 심각한 동력 상실을 겪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참여율이 저조한 데다 시행 대상 주차장 수조차 초기 발표와 큰 괴리를 보이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별 공영주차장 5부제 시행 계획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2026년 4월 15일 기준 전국 128개 지자체에서 1,694개 주차장에 대해서만 5부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제도 시행 후 약 10여 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나온 공식적인 첫 집계 결과다.
▲ 지자체 참여 절반 수준에 그치며 예외 주차장 남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공영주차장 5부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52.7%인 12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15개 지자체는 여러 이유를 들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미시행 지자체 중 33곳은 적용 대상인 유료 노상 및 노외 공영주차장이 지역 내에 아예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나머지 82곳은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해 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들에서도 공공기관 공용차량 및 임직원 승용차를 대상으로 한 2부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민들의 불편만을 의식해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5부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 내에서도 실질적인 제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부제 시행 지자체들이 예외를 적용해 5부제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주차장은 총 3,895곳에 달한다. 이는 현재 5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주차장 수인 1,694곳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정부가 5부제 지침을 하달하면서 전통시장이나 관광지 인근, 환승 주차장 등 경제나 대중교통 이용에 영향을 주는 곳을 예외로 할 수 있다는 두루뭉술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지자체장들은 이 재량권을 활용해 지역 내 이용량이 많은 주요 주차장들을 대거 제외시켰고, 결과적으로 5부제의 취지는 퇴색되었다.
▲ 정부의 부실한 기초 데이터 파악과 통계 오류
정부의 부실한 사전 행정력도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시행 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유료 노상 및 노외 주차장 3만 곳이 5부제 시행 대상이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정부는 이들 주차장의 총 면수가 약 100만 면에 달하므로, 차량 100만 대에 5부제를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강력한 석유 소비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집행 결과는 정부 발표치의 약 5% 수준인 1,694곳에 그치며 기초 데이터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수치상의 큰 격차에 대해 기후부는 지자체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는 통계 자료와 5부제 시행 대상 기준이 달랐다고 해명했다. 초기 발표에 포함되었던 3만 곳의 주차장 중 상당수가 '도시지역 거주자 우선 주차장'이나 농어촌 지역의 무료 주차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실상 5부제 적용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시설들까지 통계에 포함해 정책의 기대 효과를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국민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본적인 대상 주차장 현황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으로 강행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 실질적 에너지 절감 효과 상실과 행정 신뢰도 추락
데이터의 오류는 곧바로 정책 목표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당초 100만 면의 주차공간에 5부제를 적용할 경우 월 5,000배럴에서 최대 27,000배럴의 석유 소비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시행 대상이 5%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이러한 추산치는 근거를 잃게 되었다. 특히 실제 이용객이 많은 핵심 상권과 환승 주차장들이 예외 조항을 통해 대거 빠져나가면서, 5부제가 시행되는 곳은 정작 주차 수요가 적은 외곽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영주차장 출입 제한이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과거의 효과 분석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보완을 약속했다. 정부는 향후 5부제 종료 후 실제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한 별도의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미 정책의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사후 약방문식 조치라는 냉소가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위기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정교한 설계 없이 성급하게 내놓은 대책이 행정력 낭비와 시민 불편만 초래했다는 비판 속에, 향후 보다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에너지 절감 가이드라인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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