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고위 당국자의 북한 핵시설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대북 위성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정보 자산 노출을 경계하는 미국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향후 한미 정보 협력 체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보 출처 노출 시 대북 감시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안보적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정보 공유 체계에 유례없는 균열이 발생했다. 미국은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특정 지역을 핵시설 소재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그동안 우리 측에 제공해 오던 대북 위성 정보의 일부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한미 연합 방위 태세의 핵심인 '정보의 눈'이 일부 가려지는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번지고 있다.
▲ 전략 지역 구성 지목에 따른 미국의 강경 항의와 정보 제한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공식 석상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를 설명하며 기존에 널리 알려진 평안북도 영변과 남포시 강선 외에 '구성' 지역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대외적으로 구성 지역을 북한 핵 활동의 핵심 거점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개 발언은 즉각적으로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측은 정 장관의 발언 직후 한국의 외교안보 및 정보 관련 부처와 기관에 여러 차례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고도로 정밀한 대북 정보는 그 내용 자체보다 '어떠한 수단을 통해 정보를 획득했는가'를 뜻하는 출처(Source)와 방법(Method)의 보호가 최우선이다. 특정 지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정찰 위성 궤도나 감시 주기를 역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논리다.
▲ 정보 자산 역추적 우려와 대북 감시망의 기술적 보안 위기
정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위성과 감청, 정찰기 등 다양한 첨단 자산을 활용해 북한 전역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 이번에 제한된 것으로 알려진 대북 위성 정보는 북한의 핵 시설 동향과 미사일 발사 징후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다. 정보 사안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 북한은 이를 토대 보호 조치를 강화하거나 기만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보 사안이 노출될 경우 해당 정보를 포착한 자산이 역추적당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추가적인 감시와 정찰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에도 정보 자산 노출 징후가 보일 경우 주요 시설을 지하화하거나 이동식 발사대(TEL)의 운용 방식을 변경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미국이 이번에 정보 공유의 빗장을 일부 걸어 잠근 것은 한국 측의 정보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한미가 공유하는 정보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유사시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포착해야 하는 우리 군의 대응 능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부처 간 엇갈린 해명 속 한미 정보 동맹의 향후 과제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통일부는 미 대사관 측의 문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 장관의 발언이 국제연구기관의 보고서 등 이미 공개된 정보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국가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 학계나 민간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당한 답변이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보안 기준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이 이번 정보 제한 조치를 통해 드러났다.
반면 국방부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은 한미 간의 긴밀한 정보공유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원칙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정보 공유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정부 부처 간의 정보 관리 가이드라인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향후 한미 정보 동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 수위 조절과 정보 보안에 대한 철저한 프로토콜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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