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대적으로 착수했던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한 수사가 뚜렷한 결론 없이 장기화하면서 수사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과 대규모 강제수사 등 요란했던 초기 대응과 달리 수사 지휘부 교체와 법리 검토 지연이 반복되며 대중의 신뢰와 사법 정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주요 수사들이 기약 없이 늘어지며 '용두사미'식 결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수사 초기에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거나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만 반복될 뿐 최종 처분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지연 행태는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법적 판단의 적시성을 상실하게 만들어 수사 실익 자체를 증발시키고 있다.
▲ 7개월째 표류 중인 김병기 의원 수사와 지휘부의 잦은 교체
무소속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뇌물수수 등 13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7개월째 끌어오며 피의자 소환 조사만 7차례나 반복했다. 경찰은 지난 4월 6일, 5차 소환 이후 일부 혐의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언했으나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4월 10일에도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조사를 이어갔으나 수사 결과 발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수사 지연의 배경에는 잦은 수사 지휘 라인의 교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4월 20일부로 김 의원 수사 착수 이후 세 번째 수사부장과 두 번째 광역수사단장이 부임할 예정이다. 수사 책임자가 수시로 바뀌면서 업무 인수인계와 기록 검토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처리 방향 결정의 지연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8월 기준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인 54.4일을 이미 수 배 초과한 상황에서 지휘부 교체는 수사 독립성과 연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 법리 검토만 넉 달째인 방시혁 의장과 TF 무색해진 쿠팡 수사
기업인과 연예인 관련 수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는 2024년 말 시작된 이후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12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리 검토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으나, 그로부터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동일한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가수 싸이의 수면제 대리 수령 혐의 수사 또한 사안의 복잡성에 비해 이례적으로 긴 8개월째 지연되고 있어 경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쿠팡을 향한 수사 역시 초기의 강경했던 태도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경찰은 올해 1월 86명 규모의 대규모 전담 TF를 구성하며 개인정보 유출 및 산업재해 은폐 의혹에 대한 집중 수사를 예고했다. 2월 6일에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가 위증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으며, 4월 3일에는 송파구 본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물량 공세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수사 결과물은 도출되지 않고 있어 대규모 인력 투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수사 지연이 초래한 정치적 혼란과 외교적 마찰 우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사법 영역을 넘어 정치·외교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의혹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끄는 사이 핵심 인물인 한동훈 전 대표가 올해 1월 당에서 제명되면서 수사의 정치적 맥락과 실익이 크게 반감됐다. 김병기 의원 수사 역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까지 정리되지 않아 지역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방시혁 의장의 경우 장기화된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대외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투어 등 기업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이 방 의장의 미국 방문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수사 지연이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쿠팡 수사 또한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시기와 맞물려 불필요한 로비 의혹 등 억측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유력자 수사에서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 독립성을 확보하여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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