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여 나프타 등 핵심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산업 전반의 협력 체계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5건의 핵심 문서를 체결하며 2030년 교역 5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했다. 특히 중단되었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개선 협상을 재개하고 철강 및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실무 협력을 추진한다.
한국과 인도가 에너지 자원과 산업, 통상, 기후변화 대응을 아우르는 전방위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서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협력은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심화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양국은 에너지 자원 안보 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동시에,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개선 협상을 공식적으로 재개하기로 확약하며 경제 협력의 수위를 한 차원 높였다.
▲ 에너지 자원 안보 협력과 나프타 공급망 안정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6년 4월 20일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을 기점으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나프타 등 핵심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전격 합의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한·인도 에너지 자원 안보 협력 공동성명 부속서의 채택이다. 이는 석유 제품을 포함한 자원 밸류체인 전반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
현재 인도는 한국의 5위 나프타 수입국인 동시에 윤활기유 수출 분야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파트너다. 인도의 연간 나프타 생산량은 약 1,800만 톤에 달하며, 한국은 지난해 인도에서만 221만 4,000톤의 나프타를 수입한 바 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로서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공동성명은 중동 전쟁 이후 한국 정부가 자원 부국과 체결한 첫 번째 양자 간 자원 협력 성과라는 점에서 정책적 비중이 매우 높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인도 측과 보다 원활하게 나프타 수급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 장관급 산업협력위원회 신설 및 기업 애로 해소
실질적인 산업 협력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은 장관급 정례 협의체인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서명한 이번 MOU를 통해 양국은 무역 투자, 산업 협력, 전략자원, 청정에너지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고충을 실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인허가 지연이나 주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미지급 등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인도 현지에서 겪어온 고질적인 애로사항들이 이 위원회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반도체와 조선, 원전 등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도 측의 협력 수요가 높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채널 구축은 인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내 자본의 현지 투자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 통상·철강·기후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 확대
통상 분야에서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피유시 고얄 장관이 한·인도 CEPA 개선 협상 가속화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며 제도적 정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인도 CEPA는 양국 교역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7월 11차 회의 이후 개선 협상이 사실상 멈춰 있었으나, 이번 선언을 통해 다음 달 중 12차 협상을 개최하고 후속 협상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 분과를 넘어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협력 등 새로운 통상 규범을 추가하여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5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철강 및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었다. 김정관 장관과 H.D. 쿠마라스와미 인도 철강부 장관은 한·인도 철강 협력 MOU를 체결하고 민관 철강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포스코가 인도 현지에 연산 600만 톤 규모의 신규 일관제철소 투자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번 협력 체계는 국내 철강 기업의 안정적인 현지 사업 확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또한 파리협정 제6.2조에 따른 협력 각서(MoC)를 통해 한국 기업이 인도에서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 실적을 국내로 이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는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 속에서 우리 기업의 ESG 경영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도 기여하는 전략적 성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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