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이 각국을 중국의 청정에너지 공급망으로 유인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한국 등 주요 동맹국들은 화석 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녹색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나, 핵심 광물과 기술을 선점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발 전쟁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석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들은 경제적 타격과 함께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2026년 4월 현재, 충돌 발생 이후 44일 동안 화석 연료 수입 비용이 220억 유로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비용 부담은 각국 정부로 하여금 탈탄소화와 녹색 전환을 서두르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급망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청정 기술 독점 현황
국제에너지기구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청정에너지 기술과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생산량의 약 80%가 중국에서 발생하며, 패널 제조의 핵심 요소인 셀과 웨이퍼 분야의 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풍력 터빈과 전기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금속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정련 물량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실정이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역시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중국의 기술적 우위는 실질적인 수출 지표로도 입증된다. 올해 3월 한 달 동안 중국이 수출한 전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총 34만 9천 대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고유가 시대에 저렴하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찾는 글로벌 수요가 중국 시장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러한 중국의 지배력을 경계하면서도, 당장의 에너지 위기 탈출을 위해 중국산 저가 기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
▲ 서방 동맹국들의 정책 딜레마와 대중국 경제 협력 강화
유럽연합과 영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규제 장치를 도입해 왔다.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보안상의 이유로 스코틀랜드 내 중국 기업의 풍력 터빈 공장 건설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견제 장치들은 녹색 전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저렴한 중국산 부품 없이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올해 2월 말 중국을 직접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어 환경부와 경제부 장관들도 연달아 방중하며 청정에너지 기술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역시 이달 중순 베이징을 방문해 녹색 발전 협정에 서명하고 핵심 원자재 확보를 위한 실리적 행보를 보였다. 이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속내를 대변한다.
▲ 미·중 에너지 패권 경쟁의 구도 변화와 향후 전망
미국 내부에서도 정책적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중국의 청정 기술 독점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달리, 현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 경제 경쟁보다는 화석 연료 패권 추구로 정책의 키를 돌렸다.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청정 에너지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중국의 청정 기술 수출액은 미국의 화석 연료 판매액을 이미 추월한 상태이며, 그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가 전 세계 국가들을 중국의 공급망 안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브라이언 샤츠 미국 연방상원의원은 미국이 중동 분쟁에 자원을 쏟아붓는 사이 중국이 재생 에너지와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이며, 서방 국가들은 안보적 우려와 경제적 실익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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