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10년 넘게 운영해온 수도권 통근버스를 전면 폐지하며 지역 사회로의 실질적인 정착을 가속화한다. 이미 19개 주요 기관이 운행을 중단한 상태이며, 나머지 기관들도 상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수백억 원 규모의 예산 절감과 함께 지방 이전의 본래 취지가 회복될 전망이다. 이는 장거리 통근 고착화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 발전의 동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전국 10개 권역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수도권 전세 통근버스 운행을 잇달아 종료하며 조직 운영의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19개 주요 기관은 이미 2026년 3월 이전에 수도권 방향 통근버스 운행을 완전히 중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여타 기관으로도 확산되어 한국전력공사와 한전KPS는 당월 말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등 27개 기관 역시 오는 6월 중으로 모든 차량 운행을 종료할 방침이다.
▲ 통근버스 예산 삭감 현황과 기관별 종료 일정
그동안 전국 혁신도시 이전 기관 149곳 중 46곳은 직원 복지라는 명목 아래 매년 약 230억 원에 달하는 자체 예산을 편성하여 수도권 통근버스를 운영해 왔다. 지역별 운영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충북권이 10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광주·전남 10곳, 경남 7곳, 강원 6곳, 대구와 전북이 각각 3곳, 울산 2곳, 충남과 경북이 각각 1곳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들 기관 중 국립공원공단이나 한국관광공사와 같은 일부 기관은 주중에도 상시 버스를 운행했으나, 대다수는 금요일 퇴근 후 수도권으로 이동했다가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복귀하는 이른바 주말 버스 형태를 유지해 왔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대전과 대구, 부산, 창원 등 수도권 이외의 여러 권역으로도 통근버스를 운행하며 광범위한 이동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은 혁신도시 조성 초기 열악했던 정주 여건과 미비한 대중교통망을 보완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오며 지역 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장기간 지속된 통근 지원은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지방 이주를 가로막고 주말이면 도시 전체가 텅 비는 유령도시 현상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 지방 분권 가로막는 장거리 통근 관행과 정주 여건 문제
이러한 고착화된 통근 문화에 제동이 걸린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기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 신년 기자회견 당시 공공기관 이전의 실효성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놓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전세버스를 지원하는 행태가 지방 이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수년째 지지부진하던 통근버스 폐지 논의에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으며, 각 기관은 이에 따라 순차적인 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다.
실제로 전남 나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의 경우 2013년부터 2014년 사이에 한전을 포함한 16개 기관이 입주했으나, 이후 13년이 넘도록 주말 통근버스를 관성적으로 운행해 왔다. 경남 진주의 LH 역시 10년 이상 통근 지원을 지속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이전 목적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고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지역에 거주하며 생활 기반을 다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 정부 정책 기조 변화와 철도 이용 혜택 전면 폐지 여파
도로 위의 버스뿐만 아니라 철도 이용 측면에서도 공공기관 특혜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등 6개 이전 기관과 협약을 맺고 '장기단체 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는 연간 4만 석 이상의 주말 좌석을 우선 배정하고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으나, 일반 이용객과의 형평성 문제 및 국정감사에서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해당 제도를 2024년 12월부로 전면 폐지하며 공공기관의 장거리 통근 지원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
정준호 의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초기 한시적 지원이라는 전제가 무색하게 필요 이상으로 제도가 장기간 유지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거리 통근의 고착화는 단순히 예산 낭비를 넘어 지방 정착을 방해하는 구조적 장벽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통근버스 폐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앞으로는 직원의 주거 안정과 지역 내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 등 정주 여건의 근본적인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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