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로 위축됐던 국내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중동 분쟁 휴전 합의 소식에 투자 심리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코스피는 종전 기록을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 한국 시장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급등락을 반복하던 국내 증시가 마침내 안정을 되찾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4월 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9.38포인트(2.72%) 상승한 6,388.47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26일 기록했던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6,307.27을 약 2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이날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1.34% 오른 6,302.54로 출발해 장 중 한때 기록했던 역대 최고점까지 모두 갈아치우며 강력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 전쟁 충격 딛고 전고점 돌파한 수급의 힘
유가증권시장의 이번 상승 랠리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수세가 견인했다. 이날 하루 동안 외국인은 1조 3,296억 원을 순매수했으며, 기관 역시 7,37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1조 9,195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3월 한 달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만 35조 원을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으로, 4월 들어 외국인이 4조 원대 순매수로 전환하며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은 지난 2월 말 발생한 중동 전쟁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양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여파로 코스피는 3월 초 불과 2거래일 만에 6,200선에서 5,093.54까지 폭락한 바 있다. 당시 하락 폭과 하락률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되는 등 극심한 공포가 지배했다. 3월 한 달간 코스피는 19.08% 급락하며 글로벌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나, 4월 들어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 글로벌 증시 동반 강세와 탐욕 구간 진입
대외적인 투자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이달 8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신고가 경신에 도전 중이다.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이미 지난주 7,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0.89%, 1.75% 상승하며 아시아 증시의 강세를 뒷받침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는 한때 35를 넘겼으나 현재 18.87까지 내려와 안정을 찾았으며, CNN의 공포와 탐욕 지수는 70을 기록하며 '탐욕' 구간에 진입했다.
자금 유입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WY ETF에는 이달 들어 2억 4,000만 달러가 유입되었으며, 미국에 상장된 DRAM ETF에도 9억 9,000만 달러의 자금이 쏠렸다. 이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종의 실적 모멘텀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수급 개선은 코스피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반도체 주도 장세와 향후 불확실성 변수
다만 시장의 완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시한 만료를 앞두고 핵심 쟁점에서의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재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강대강 대치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수싸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만료 시점 전후의 뉴스 플로우에 따라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향후 코스피의 향방은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의 수급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기타 업종으로 약 1조 1,000억 원가량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중장기 자산 배분 관점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전쟁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려 펀더멘털 중심의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으며,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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