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다자간 무역 협상 정체, WTO 체제의 한계와 신통상 규범의 향방

재경 마켓부 기자
다자간 무역 협상 정체, WTO 체제의 한계와 신통상 규범의 향방
©연합뉴스

 

다자간 무역 협상은 다수 국가가 단일한 무역 규범을 설정하여 세계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기제다. 그러나 최근 WTO를 중심으로 한 협상은 국가 간 이해관계 상충과 디지털·환경 등 신규 의제에 대한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는 글로벌 자유 무역의 퇴보와 지역주의 확산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자간 무역 협상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필두로 전 세계 다수 국가가 참여해 관세 철폐와 비관세 장벽 완화를 논의하는 과정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최혜국 대우(MFN) 원칙에 기반하여 특정 국가에 부여한 특혜를 모든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차별 없는 통상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러한 포괄적 규범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들에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하여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근간이다.

▲ 다자간 협상의 메커니즘과 경제적 효용성

WTO 체제 아래에서의 다자간 협상은 우루과이 라운드를 거치며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분쟁 해결 기구(DSB)를 통한 강제력 있는 이행 강제 메커니즘은 국가 간 통상 마찰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게 함으로써 무역 전쟁의 확산을 방지하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회원국 간 합의 도출의 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

▲ 이해관계 충돌과 WTO 의사결정 구조의 병목 현상

현재 다자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다. 농업 보조금 감축, 공산품 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둘러싼 대립은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장기 표류를 초래했다. 특히 WTO의 의사결정 원칙인 '컨센서스(전원 합의제)'와 '일괄 타결(Single Undertaking)' 방식은 단 한 개 국가의 반대만으로도 전체 협상을 마비시킬 수 있는 병목 현상을 유발하며 기구의 기능 부전을 심화시켰다.

▲ 지역주의 부상과 디지털·환경 중심의 신통상 질서

다자간 체제의 정체는 필연적으로 지역무역협정(RTA)과 메가 FTA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CPTPP, RCEP 등 뜻이 맞는 국가들끼리 먼저 규범을 설정하는 복수국 간 협상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또한 디지털 통상,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신통상 이슈들이 급부상함에 따라 기존 WTO 규범의 노후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향후 세계 무역 질서는 파편화된 지역주의와 새로운 가치 중심의 규범 재편 사이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자간무역협상#wto#통상정책#자유무역#경제안보
다자간 무역 협상 정체, WTO 체제의 한계와 신통상 규범의 향방 : 라이프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