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채권시장이 대규모 정부 국채 발행 예고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례적인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주요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지선을 밑돌며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은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공급 물량 증가라는 하락 압력을 압도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가격이 상승하며 금리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원리이나, 현재 중국 시장은 이 같은 수급 논리를 무력화할 정도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26년 4월 21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1.75%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이달 초와 비교했을 때 불과 20여 일 만에 약 7bp(1bp=0.01%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로, 채권 시장의 강력한 매수 심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금리 하락세는 중국 당국이 오는 4월 25일부터 30년 만기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관계자들에게 상당히 의외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 금리가 상방 압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금융 시스템 내에 축적된 유동성이 이러한 공급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 대규모 특별국채 발행 예고 압도한 유동성 장세
시장의 강력한 매수세를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으로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꼽힌다. 인민은행은 내수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기관 간 단기 자금 거래 금리는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이 하루 단위로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는 2023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며 자금 시장의 여유로운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유동성 과잉 현상은 실제 거래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되고 있다. 4월 20일 하루 동안 거래된 익일물 레포 거래 규모는 8조 5,000억 위안(한화 약 1,834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금을 굴릴 곳을 찾아 채권 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자금의 힘이 국채 가격을 밀어 올리고 금리를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내부의 유동성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 또한 중국 국채의 몸값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 인민은행의 통화 완화와 안전자산 대안 부상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중국 국채가 일종의 안전자산 대안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나, 중국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외부 충격에서 벗어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제 투자자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중국 채권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채 가격 강세를 견인하는 또 다른 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 국채 시장은 내부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외부의 지정학적 환경이 결합하며 독자적인 강세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한 국채 발행이 오히려 풍부한 유동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공급 물량 자체보다는 인민은행의 향후 행보와 시중 유동성의 향방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 추가 금리 하락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금리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중타이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현재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거나 추가적인 통화 완화 조치를 단행할 경우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내 1.6% 수준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금리가 1.6%까지 하락한다면 이는 2025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이는 중국 경제의 저물가 기조와 저성장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채권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금리 하락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지나친 금리 하락이 초래할 수 있는 자산 거품이나 향후 통화 정책 전환 시 발생할 충격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글로벌 금융 환경 또한 중국 국채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채권 시장의 유동성 장세는 4월 25일 예정된 특별국채 발행 이후에도 당분간 시장의 메인 테마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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