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소지품 텀블러서 독극물 성분 검출

이겨례 기자
소지품 텀블러서 독극물 성분 검출
©연합뉴스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대기하던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소지품에서 치명적인 독극물 성분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 결과 피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텀블러에서 청산염 성분이 검출되면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 당국은 현장에서의 소지품 검사가 적절히 이루어졌는지와 함께 약물 복용을 허용한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의자 사망 사건의 실체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통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피의자 A씨가 당시 소지하고 있던 텀블러에서 청산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국과수의 1차 감정 결과가 2026년 4월 21일 오후 구두로 통보됐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건강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넘어 피의자가 경찰의 감시망 속에서도 독극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복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 국과수 1차 감정 결과 텀블러 내 청산염 검출

본지의 취재와 경찰의 발표를 종합하면 피의자 A씨는 체포 당시부터 개인 소지품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중 하나인 텀블러 내부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인 청산염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1차 감정에서 해당 성분을 확인했으나, 아직 A씨에 대한 부검 결과나 구체적인 사인은 최종적으로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체내 조직이나 장기에서 청산염이 실제로 검출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도 추가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소지품 검사를 피해 독극물을 경찰서 내부로 반입하게 된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체포되어 경찰서로 압송될 경우 신체 수색과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피의자가 가방 내부에 약봉지와 텀블러를 그대로 소지하고 있었던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텀블러와 같은 용기에 위험 물질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점은 경찰의 초기 대응 부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산염은 소량으로도 인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로,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채 피의자 대기실로 반입하도록 방치한 것은 관리 시스템의 구멍을 증명한다.

▲ 현행범 체포부터 병원 이송 및 사망까지의 전말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6년 4월 18일 오후 5시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A씨는 이별을 요구하는 전 연인을 상대로 흉기를 사용해 협박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특수협박 혐의를 받은 A씨는 현행범으로 광주 동부경찰서로 이송되었으며, 피의자 대기실에서 수갑을 찬 상태로 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주장하며 지병 치료를 위해 미리 조제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경찰 측에 전달했다.

경찰은 A씨의 요구를 수용하여 가방 안에 있던 약봉지를 꺼내 먹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약을 복용한 직후 A씨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고,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당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대기실에는 관리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복용한 약물에 무엇이 혼입되어 있었는지, 혹은 텀블러에 담긴 액체의 성분이 무엇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정체불명의 약물과 음용수를 제공한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 위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피의자의 자살이나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물을 철저히 수거해야 하며, 투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경찰관의 입회하에 안전이 확인된 약물만을 복용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약봉지와 텀블러에 대한 성분 확인 없이 투약이 이루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공권력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할 피의자가 사망에 이르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 경찰 피의자 관리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과 감찰 방향

이번 사건으로 인해 광주경찰청은 즉각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가 청산염을 직접 복용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피의자 관리 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특히 체포 시점부터 대기실 안치까지 소지품 검사가 왜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위험 물질이 포함된 텀블러를 피의자가 계속 소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가 감찰의 핵심 쟁점이다.

수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경찰의 안일한 현행범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피의자가 질환을 호소할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편의를 제공할 수는 있으나, 그 대상물이 독극물로 변질되었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수사 기관의 기본 의무다. 텀블러 내의 성분이 청산염으로 밝혀진 만큼, 경찰은 해당 물질의 입수 경로와 함께 A씨가 계획적으로 약물을 준비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향후 경찰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보고서와 체내 약독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동시에 감찰 결과에 따라 당시 현장에 있던 근무자들과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안전 관리라는 두 가지 가치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소지품 검사 절차를 강화하고 피의자 투약 관리 지침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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