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보복 대행 테러 일당 3명 구속기소…건당 50만원에 인분·래커칠 범죄 가담

이겨례 기자
보복 대행 테러 일당 3명 구속기소…건당 50만원에 인분·래커칠 범죄 가담
©연합뉴스

 

텔레그램을 통해 의뢰를 받고 타인의 주거지에 오물을 뿌리거나 낙서를 하는 등 이른바 '보복 대행 테러'를 저지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배달 플랫폼 외주업체에 위장 취업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탈취하고 조직적인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당국은 모방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엄중한 처벌 의사를 밝히며 배후 세력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서울 양천구와 경기 시흥 등지에서 이른바 '보복 대행 테러'를 주도한 총책 정모(30대·남)씨와 위장취업 상담사 A씨, 공범 B씨 등 일당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에게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공통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직접 범행에 가담한 인원들에게는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가 추가로 부여되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가 범죄 조직에 의해 조직적으로 탈취되고 사적 보복에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상당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하고 "돈을 주면 보복 테러를 대신 해주겠다"는 광고를 게시하여 불특정 다수의 의뢰인을 모집했다. 총책 정씨는 범행의 기획과 지휘를 맡았으며, 의뢰받은 대상자의 정확한 거주지를 파악하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동원했다. 특히 40대 남성인 공범 A씨를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외주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키는 대담함을 보였다. A씨는 상담사 권한을 남용해 내부 전산망에서 피해자들의 주소와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뒤 이를 정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 위장취업 통한 개인정보 탈취와 치밀한 범죄 설계

본지의 분석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범죄는 매우 체계적인 분업화 구조를 띠고 있었다. 총책 정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의뢰를 수주하면, 위장취업자 A씨가 타겟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 투입될 행동대원들에게 구체적인 범행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개인정보 유출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수사 당국은 당초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포함한 6개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법리 검토 끝에 일부 혐의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공소 유지를 위한 정밀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피해자들에게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지난 1월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피해자의 현관문에 인분을 뿌리고 붉은색 래커로 욕설을 기재하는 등 가학적인 테러가 자행되었다. 이들은 피해자의 신상이 담긴 전단을 해당 주거지 인근에 살포하여 사회적 매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테러는 서울 양천구 등 수도권 일대에서 수차례 반복되었으며, 범행 방식이 점차 대담해지고 잔인해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 건당 50만원에 매수된 행동대원과 가학적 테러 수법

범행 현장에서 실질적인 '손발' 역할을 했던 행동대원들의 실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수사망에 먼저 포착된 30대 남성 이모씨는 이른바 '민팀장'이라고 불리는 인물로부터 지시를 받아 현장 테러를 수행했다. 이씨는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해 오물을 묻히거나 낙서를 하는 대가로 건당 약 50만 원의 수당을 챙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단돈 50만 원에 타인의 일상을 파괴하는 범죄에 가담한 셈이다. 이씨는 이러한 방식으로 총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을 이어오다 덜미를 잡혔다.

이러한 사적 보복 대행 범죄에 대해 사법부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송한도 판사는 지난 15일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행동대원 이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느꼈을 극심한 불안감과 공포를 양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특히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범죄를 대행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라며, 이를 엄히 처벌하지 않을 경우 모방범죄가 성행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사법부의 엄중 처벌 의지와 추가 배후 세력 추적

현재 경찰과 검찰은 구속기소된 주범들 외에도 이 조직의 상위 계선인 '윗선'과 실제로 돈을 주고 테러를 의뢰한 의뢰자들에 대한 추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텔레그램의 익명성 뒤에 숨어 범죄를 모의한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배달 플랫폼 외주업체의 채용 과정 및 개인정보 접근 권한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만큼, 관련 기업들에 대한 보안 실태 점검과 제도적 개선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디지털 플랫폼의 편의성과 텔레그램의 폐쇄성이 결합해 탄생한 신종 범죄 모델이라고 경고한다. 개인정보가 범죄의 원료가 되고, 자극적인 사적 보복이 상품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조직적 범죄 성격을 명확히 규명하고,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날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복#대행#테러#일당#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