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국 주도 '2차원 자성' 물리학 세계 표준 등극

이성경 기자
한국 주도 '2차원 자성' 물리학 세계 표준 등극
©연합뉴스

 

원자 한 층 두께의 초박막 상태에서 자성을 유지하는 ‘2차원 자성’ 연구가 세계 물리학계의 공식 표준으로 등극했다. 박제근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 15년간의 개척 성과를 집대성한 논문을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인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에 게재하며 한국 주도 학문 분야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이번 성과는 실험적 난제로 여겨졌던 2차원 자성 구현을 넘어 차세대 양자소자 및 스핀트로닉스 산업의 이론적 토대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자석은 일반적으로 3차원 형태에서 그 성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만, 원자 수준으로 얇은 2차원 평면 상태에서도 자성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였다. 1943년 노르웨이의 물리학자 라르스 온사거가 이론적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이후, 전 세계 물리학자들은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70여 년간 도전해왔으나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박제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15년 전부터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2차원 자성’이라는 미답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 2차원 자성 구현의 역사와 기술적 난제 극복

박 교수팀은 연구 착수 이후 지속적인 실험 끝에 2016년 세계 최초로 2차원 자성 물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영하 118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 ‘삼황화린철(FePS3)’이라는 자성 물질로부터 원자 한 층 두께의 자성 원자층을 추출해냈다. 이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2차원 자성체를 실험실 수준에서 실제로 입증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당시 박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얇은 자석을 만든 것을 넘어, 2차원 세계에서의 양자 현상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박 교수는 관련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며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박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Reviews of Modern Physics, RMP)’에 88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논문으로 실렸다. 이 논문은 지난 15년간의 연구 발자취를 집대성한 것은 물론, 새롭게 발견된 양자 현상들을 망라하고 향후 물리학이 나아가야 할 미해결 과제와 유망한 연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물리학계 최고 권위 RMP 게재의 학술적 위상

RMP는 일반적인 학술지와 달리 해당 분야를 수십 년간 이끌며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극소수의 연구자에게만 초청 집필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물리학 80년사에서 한국인이 주도한 개척 연구가 RMP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가 게이지 이론 관련 논문을 게재하며 이름을 올린 사례가 있으나, 한국인이 제1저자나 교신저자로 참여하여 이 정도 규모의 집대성 논문을 실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박 교수는 지난 20일 세종시 과기정통부 브리핑에서 미국물리학회와 영국물리학회, 한국물리학회로부터 각각 특별 기고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세계 물리학계가 한국의 2차원 자성 연구를 국제적인 학문적 표준으로 공인했음을 의미한다. 2010년부터 한국에서 시작된 이 개척 분야는 현재 매년 1,000편 이상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전 세계적인 핵심 연구 분야로 성장했으며, 주요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기술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격전지가 되었다.

▲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상용화 및 미래 산업 파급 효과

이번 연구 성과는 기초 과학의 영역을 넘어 산업적 응용 가능성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반데르발스 자성체 내부의 스핀 기반 양자현상 제어 기술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및 양자소자 개발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회전(스핀) 특성을 이용하는 차세대 공학 분야로,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전력·고속 정보 처리가 가능한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박 교수는 한국이 진정한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과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진 학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파괴적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 시스템과 과학 생태계가 완벽한 방패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한국은 막스플랑크 양자물질 국제협력센터 유치를 추진 중이며, 이번 RMP 게재를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전 세계 양자물질 및 차세대 스핀소자 분야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주도#'2차원#자성'#물리학
한국 주도 '2차원 자성' 물리학 세계 표준 등극 : 기업/산업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