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생포된 이후, 운영 주체인 대전도시공사가 자체 감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부실 감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 차원의 종합감사 대신 기관 내부 조사로 가닥을 잡으면서 책임 소재 규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가 원인 규명보다 캐릭터화 등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전 오월드 사파리에서 발생한 늑대 탈출 사고의 후속 대응을 놓고 행정당국의 책임 회피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늑대 '늑구'는 지난 4월 8일 철조망 하단의 지면을 파고 탈출했다가 9일 만인 17일 생포되어 돌아왔다. 사고 직후 대전시 차원의 엄중한 감사가 예상되었으나, 실제로는 운영 주체인 대전도시공사가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서 지역 사회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는 과거 유사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지자체의 지도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 자체 감사 전환에 따른 제 식구 감싸기 우려와 퓨마 사태 대조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감사 주체의 적절성이다. 대전도시공사는 이번 늑구 탈출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인 내부 감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2018년 9월 발생했던 퓨마 '뽀롱이' 탈출 사건 당시 대전시 감사관실이 즉각적인 특정감사에 착수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당시 대전시는 오월드 원장과 동물관리팀장에게 중징계를, 실무 직원에게 경징계를 요구하며 강력한 문책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반면 이번 늑구 사태에 대해 대전시는 인력 관리의 명백한 잘못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시설 안전 미비의 문제라며 시 차원의 종합감사에 선을 긋고 있다.
이러한 대전시의 태도 변화는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시공사가 스스로를 감사하게 될 경우, 관리 감독의 구조적 결함이나 지휘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브리핑에서 시의 종합감사를 예상한다고 발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자체 감사로 가닥이 잡힌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내부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반복되는 동물 탈출 사고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 생태적 특성 간과한 관리 부실과 예산 낭비 규명 과제
사고 원인 규명 단계에서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오월드 측은 늑대 사파리 주변에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설치했으나, 늑구가 이를 어떻게 통과하여 땅을 팔 수 있었는지에 대해 2026년 4월 22일 현재까지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굴을 파는 습성이 있는 야생 늑대의 생태적 특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한 관리 부실의 지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기 울타리의 전압 유지 상태나 사각지대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정밀한 기술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발생한 유무형의 손실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다. 늑대 탈출 이후 오월드가 장기간 휴장에 들어가면서 발생한 영업 손실과 내부 입점 업체들의 피해 보상 문제는 자체 감사 수준에서 다루기 힘든 예산 집행의 문제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에서 관리 소홀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이를 민간 위탁 관리 단위를 넘어선 행정적 책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 캐릭터 마케팅 치중 비판과 동물원 기능 전환 목소리
더욱이 대전시가 사고 수습과 책임 규명보다 화제성을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주간업무회의를 통해 늑구를 대전의 대표 캐릭터인 '꿈씨패밀리'의 신규 캐릭터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오월드 측 또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늑구가 분쇄육을 먹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맹수 탈출로 인해 열흘 가까이 불안에 떨었던 시민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 홍보 효과에 매몰된 행태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이러한 마케팅 중심의 행정 처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등은 탈출 동물을 단순히 구경거리나 수익 창출의 도구로 치환하는 행태를 멈추고, 전시 동물의 복지 환경 개선과 동물원의 근본적인 기능 전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험 동물 관리 체계의 붕괴를 캐릭터 개발로 덮으려 하기보다, 야생 동물이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전시 환경을 혁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대전시가 우선해야 할 과제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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