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야생 늑대인가 유기견인가 늑구 밥그릇 공방 속에 숨겨진 논란

정휘 기자
야생 늑대인가 유기견인가 늑구 밥그릇 공방 속에 숨겨진 논란
©연합뉴스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다가 생포된 늑대 '늑구'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탈출 사건을 넘어 동물원 관리 부실과 행정 신뢰도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대전시는 당초 오월드 측의 자체 감사를 허용하려 했으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직접 감사로 방침을 선회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동물의 처우와 안전 관리 체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 오월드에서 발생한 늑대 늑구의 탈출 사고는 운영 주체인 대전도시공사의 관리 소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늑구가 탈출한 직후 오월드 측은 자체 감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는 즉각적인 시민적 공분과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했다. 내부 인력이 조사를 진행할 경우 사고의 본질적인 원인보다는 책임 회피성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사고 당시 늑대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에 전기가 흐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늑구가 어떻게 이를 통과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 대전시 직접 감사 전환과 운영 주체 책임론 대두

대전시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대전도시공사에 맡겼던 감사를 직접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시 감사위원회가 직접 나서 시설 관리 상태와 대응 매뉴얼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본지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관리 미흡을 넘어 공공기관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늑구가 포획되어 돌아온 이후, 원인 규명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오월드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늑구의 일상을 공개하며 마케팅에 주력한 점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를 '눈가리고 아웅' 식의 대응이라며 질타하고 있다.

늑구의 귀환 이후 대중의 관심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오월드 공식 SNS에 올라온 늑구의 식사 영상이 발단이 되었다. 영상 속에서 늑구가 시멘트 바닥에 놓인 닭고기와 소고기를 먹는 모습이 공개되자, 일부 이용자들은 "왜 밥그릇을 사용하지 않느냐"며 동물 학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른바 '늑구맘'이라 불리는 극성 팬덤이 형성되면서 관리 방식 하나하나에 대한 민원이 빗발친 것이다. 이에 오월드 측은 늑대의 야생성을 유지하기 위한 급여 방식이며, 위생상 매일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온라인 마케팅과 동물 복지 논란의 교차점

결국 오월드는 당분간 늑구의 근황 소식을 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과도한 관심과 악성 댓글이 사육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현상은 동물의 안전한 관리라는 본질적인 논의보다 지엽적인 복지 논란이 확산되면서 발생한 소모적 논쟁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대중의 높은 관심이 동물원 관리 주체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관리 주체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육 지침을 공개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늑구 사태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도 광명시의 한 농장에서는 사슴 5마리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동물 관리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광명시는 재난 안전 문자를 발송하고 수색에 나서는 등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비록 늑구 사건과는 별개의 건이나, 연이은 동물의 도심 탈출은 국내 동물 사육 시설의 울타리와 경비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사고를 계기로 전국 120여 곳의 동물원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 전국 동물원 안전 관리 강화와 제도적 개편 방향

정부의 대응은 제도적 틀을 바꾸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전국 동물원의 90% 이상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웠다. 단순 신고만으로 운영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가 정한 엄격한 안전 및 복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대전 오월드와 같이 반복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노후 시설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운영 중단을 권고하거나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늑구의 탈출이 가져온 파장은 이제 대한민국 동물원 운영의 패러다임을 안전과 생태 중심으로 재편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늑구'#늑구탈출#대전오월드#동물원허가제#동물복지#안전관리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