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기업 이익 813% 폭증할 때 운임은 제자리... 화물기사 죽음의 배후는 누구인가

음영태 기자
기업 이익 813% 폭증할 때 운임은 제자리... 화물기사 죽음의 배후는 누구인가
©연합뉴스

 

편의점 CU의 물류를 담당하는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간의 갈등이 인명 피해로 번지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과 처우 개선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배송 기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 과정에서 대체 투입된 차량에 의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으며, 수사 당국은 가해 운전자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업의 막대한 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장 노동자의 운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모순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통업계의 성장을 견인해 온 편의점 물류 시스템 배후에 가려진 화물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인명 사고를 기점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기업의 기록적인 경영 실적과 비례하지 않는 현장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 구조에 있다. 본지에서 입수한 데이터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그룹의 영업이익이 최근 몇 년 사이 813%라는 수치로 폭증하는 동안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화물 기사들의 운임 인상률은 0.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극단적인 수익 배분의 불균형은 화물 기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단체 행동에 나선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 수익 배분 불균형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모순

물류 현장의 고질적인 다단계 계약 구조는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BGF로지스는 CU의 물류와 배송 업무를 지역별 협력 운송사에 재위탁하고, 화물 기사들은 이들 협력사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원청인 BGF 측은 자신들이 직접적인 고용주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살해 왔다. 실제로 화물연대는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사용자성 결여를 이유로 단 한 차례도 대화 테이블에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교섭 부재의 공백은 현장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경남 진주에 위치한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발생한 농성은 배송 기사들의 처우 개선과 직접 교섭을 촉구하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측이 파업에 따른 물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타 지역의 비조합원 운전기사들과 대체 차량을 대거 투입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노사 간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이 차단된 상태에서 강행된 대체 인력 투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야기했다.

▲ 대체 차량 투입이 초래한 참변과 살인 혐의 적용

지난 20일 오전,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비조합원 운전기사가 몰던 2.5t 화물차가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서광석 전남지역본부 지부장이 숨지고 다른 조합원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 운전자는 농성 중인 인원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차량을 전진시켜 사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되었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해 운전자의 행위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최초 적용했던 특수상해 혐의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변경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발생 직전의 정황을 살펴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BGF로지스 측은 19일 상품 반출을 위해 부산 등 타 지역에서 비조합원 기사 10여 명을 진주센터로 집결시켰다. 조합원들이 차량의 진출입을 저지하며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배송 강행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이 결국 사망 사고로 귀결된 것이다. 화물연대 측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원청의 무리한 대체 배송 강행과 공권력의 방조가 낳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노정 갈등과 원청 사용자성 인정의 법적 쟁점

비극적인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야 원청인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사이의 실무 교섭이 시작되었다. 7차례의 요구를 묵살하던 사측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대화에 나선 것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양측은 배송 기사들의 처우 개선 방안과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그리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놓고 상견례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화물 기사들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노란봉투법 적용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 있어 협상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와 노동계에서는 화물 기사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사측은 화물 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노란봉투법에서 규정하는 교섭 및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원청이 실질적인 업무 지시와 운임 결정권을 행사하는 만큼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 대화의 장을 열겠다고 언급하며 중재 의사를 밝혔으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혁파하고 실질적인 운임 현실화를 이뤄내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번 CU 사태는 유통 대기업의 이익 독점과 노동의 가치 하락이 맞물린 한국 물류 산업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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