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동차 산업계와 노동계가 중국의 급격한 전기차 시장 잠식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생산 실적과 연계한 세제 지원책 마련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국가 핵심 기간산업의 공동화를 막고 미래차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번 건의는 노사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정책적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전략산업 제품의 국내 생산량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하는 제도의 신설 여부가 향후 국내 자동차 생태계 유지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계와 노동계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를 필두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등 4개 단체는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위한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의 즉각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번 건의문 발표는 2026년 4월 23일 오전 공식화되었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사의 절박한 의지가 반영되었다.
▲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국내 산업 공동화 위기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주요 선진국들의 자국 제조업 보호 장벽 강화로 인해 급격한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 기반을 노골적으로 우대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연합(EU) 역시 각종 세제 혜택과 관세 장벽을 동원해 자국 생산 시설 유치 및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공장이 해외로 이전되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명실상부한 중추다.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 전체 출하액의 14.1%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만 156만 명에 달한다. 또한 연간 수출액은 931억 달러를 기록하며 국가 외화 획득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전기차 전환기에 경쟁력을 잃고 붕괴될 경우,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사가 한목소리로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실존적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통한 제조 경쟁력 강화 방안
업계가 해법으로 제시한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전기차 등 전략산업 제품의 국내 생산 및 판매 실적에 연동하여 법인세를 직접적으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이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국내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하여 내수 시장 방어와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국산 부품 사용 비중이 높은 협력업체들까지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중소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노사 단체들은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첨단 미래 기술이 가장 먼저 구현되는 핵심 플랫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차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제조 기반이 필수적이다.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의 기술 개발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가 산업의 자생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생산촉진세제는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국가의 미래 기술 영토를 지키는 방어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 탄소중립 실현과 미래차 생태계 전환의 정책적 과제
환경적 측면에서의 당위성도 충분하다. 대한민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NDC) 수송 분야 목표 달성을 앞두고 있다. 이 목표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시장에 원활히 보급되어야 한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함으로써 전기차 보급 확대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정책적 도구가 될 것이다.
정대진 KAMA 회장은 이번 노사 공동 행동의 취지에 대해 대한민국을 미래차 강국으로 만들고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지켜낸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노사가 힘을 모았음을 강조했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이처럼 구체적인 세제 지원안을 놓고 단일대오를 형성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오는 7월 예정된 세제개편안에 이러한 업계의 절실한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국회 역시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통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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