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발발 이후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인공지능(AI) 기술 성장 수혜와 원유 의존도 차이에 따라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동북아시아는 초기 손실을 만회하며 상승세를 기록한 반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하락세를 지속한다. 글로벌 자본 흐름의 재편이 가속화된다.
중동 분쟁 발발 이후 아시아 주식 시장은 초기 유가 상승 우려로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당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에 대한 타격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우려는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며 동북아시아 증시는 초기 손실을 대부분 만회한 반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증시는 여전히 손실 영역에 머문다. 이는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더불어 각국의 산업 구조 및 경제 체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아시아 증시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동 분쟁 개전 이후 대만 자취안지수(TAIEX)는 9.9% 상승했으며, 한국 코스피는 3.7%,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1.5%, 중국 CSI 300 지수는 1.25% 각각 올랐다. 이들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증시 상승은 인공지능(AI) 기술 붐의 직접적인 수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들이 AI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를 받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수요가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분석한다.
▲ AI와 원유 가격이 가른 명암
반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증시는 중동 분쟁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인도 니프티50 지수는 5.8% 하락했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10.4%, 필리핀종합지수(PSEi)는 9.5% 각각 급락했다. MSCI 아세안 지수 또한 7.5% 떨어졌다. 이들 지역은 원유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되고 경상수지 악화 및 통화 약세를 초래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정책 당국의 대응 여력을 제한하며 시장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빈 첸 전략가는 이러한 지역별 차이에 대해 "유가 측면에서는 한국, 대만, 일본 모두 의존도가 높다"면서도 "결국 인공지능(AI) 부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손날 바르마 이코노미스트 역시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동북아시아보다 에너지 충격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고 완충 장치도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재정 여건이 더 견조하며, AI 붐이 동북아시아의 성장과 시장을 지지하는 반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동북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견고한 성장세
주식 시장의 강세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통화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 중동 분쟁 개전 이후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0.5% 상승한 반면, 한국 원화는 2.7% 하락하여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 낙폭이 큰 편이다. 이러한 통화 시장의 변동성은 글로벌 투자 자본의 흐름이 단순한 주식 시장 성과를 넘어 다양한 거시경제 지표와 지정학적 위험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함께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게리 탄은 이러한 아시아 시장의 복합적인 상황이 장기적인 기술 중심의 구조적 변화와 단기적인 중동 분쟁발 거시경제 스트레스가 충돌하는 '아시아의 중심 무대'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각국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과 기회가 단순히 일회성 사건이 아닌,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평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을 면밀히 주시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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