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이 퇴근 후 온라인 회의를 포함한 '그림자 근무'를 유급 노동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간과 휴식권에 대한 새로운 법적 정의를 제시한다. 이번 판례는 전 세계 기업의 근로 관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원격 근무의 확산은 전통적인 노동의 개념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특히, 업무 시간 외에도 개인 메신저나 회사 시스템을 통해 업무 지시가 내려지거나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 이른바 '그림자 근무'는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휴식권 침해와 과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많은 국가에서 이러한 디지털 노동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 법원의 최근 판결은 글로벌 노동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중국 베이징시 제2중급인민법원은 2026년 4월 27일, 엔지니어 왕모씨가 제기한 '그림자 초과근무' 관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왕씨는 2020년 7월 입사 후 퇴근 시간 이후에도 회사가 개인 및 회사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회의와 교육 참여를 강제하고, 불참 시 벌금을 부과하는 내부 규정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왕씨는 온라인 회의 기록과 채팅 기록 등 전자 증거를 제출하며 연장 및 휴일 초과 근무 수당으로 약 8만5천 위안(한화 약 1,800만 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회사 측에 약 1만9천 위안(한화 약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회사가 정상 근무 시간 외에 활동을 배정했고, 이에 직원이 복종 의무를 가졌으며, 해당 활동이 직원의 휴식 시간과 개인 에너지를 점유했다고 판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판결이 중국 내 디지털 노동 환경에 대한 사법부의 명확한 개입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 디지털 시대 노동의 법적 경계 확장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승소를 넘어, 중국 내 모든 기업, 특히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에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 베이징시 제2중급인민법원은 이번 사건을 가이드라인 판례로 선정하며 두 가지 핵심 원칙을 명확히 했다. 첫째, 지속적인 고강도 정신적·육체적 힘이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 활동이라 할지라도, 고용주가 근로 시간이 아닌 때에 강제 또는 변형된 강제 형태로 배정하여 노동자의 휴식권을 명백히 침해했다면 이를 초과 근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둘째, 초과 근무 시간을 인정할 때는 활동 시작·종료 시간을 기계적으로 계산할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판결 원칙이 중국 내 기업들의 근로 시간 관리 및 보상 시스템 전반에 걸친 재검토를 촉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과제
이번 판결은 전 세계적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논의와 궤를 같이한다. 프랑스는 이미 2017년부터 기업이 업무 시간 외 직원에게 연락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으며,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논의 중이다. BBC는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이 아시아 지역에서도 디지털 노동권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유사한 법적 움직임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고용주가 생산·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초과 근무를 시행할 경우에도 노동자와의 합의 이행, 대체 휴무 부여, 법정 수당 지급 등 법정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노동자 휴식권 보호의 국제적 흐름
향후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근로 시간 제도와 보수 구조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다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이 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 된다고 해석하며, 특히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업무 환경에 더욱 깊이 통합될수록 이러한 경계 설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동자 또한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출·퇴근 기록은 물론, 온라인 회의 공지, 채팅 기록, 업무 배정 내용 등 전자 증거를 적극적으로 보존하여 자신의 권리를 증명할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의 이번 판결은 디지털 시대의 노동 환경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휴식권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전 지구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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