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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개헌 '단계적 현실화' 전략 가속…긴급사태·선거구 조항 우선 추진

이겨례 기자
일본 자민당, 개헌 '단계적 현실화' 전략 가속…긴급사태·선거구 조항 우선 추진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헌법 개정 추진에 있어 '단계적 접근' 전략을 공식화하며, 긴급사태조항 신설과 참의원 선거구 합구 해소를 우선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핵심 쟁점인 자위대 헌법 명기보다 대중적 이해와 야당 합의를 얻기 용이한 항목부터 추진하여 개헌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내후년 참의원 선거 전 국민투표 발의를 목표로 정치적 속도전이 예상되며, 일본 내 정치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일본 헌법 기념일을 맞아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의 4대 개헌 항목 중 긴급사태조항 신설과 참의원 선거구 합구 해소를 선행 논의할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전략은 아베 신조 정권 이래 추진되어 온 개헌 로드맵에 새로운 현실적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사안부터 접근하여 개헌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긴급사태조항 신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재해나 테러 등에 대비하여 국가가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 조항은 중의원 임기 연장 가능성을 포함하며, 국가 비상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고 자민당은 주장한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긴급사태조항이 민주적 절차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며, 특히 참의원의 기능 축소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참의원 선거구 합구 해소는 인구수 불균형으로 통합된 선거구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집권 자민당은 각 현의 특성과 정치적 요구가 선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 조항의 개헌을 추진해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합구 해소는 내후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매우 시급한 현실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내년 통상국회에서 개헌안 발의와 국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민당의 이 같은 단계적 접근은 헌법 9조 개정이라는 핵심 과제가 여전히 난관에 부딪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현행 헌법 9조에는 전쟁과 무력행사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부인 등의 내용이 담겨 자위대 존재에 대한 모호성을 남긴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의 안보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평화헌법 9조 개정은 여전히 일본 사회의 깊은 분열을 야기하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보도한다.

자민당은 9조 2항을 유지하면서 자위대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려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는 2항 삭제와 국방군 신설을 주장하며 이견을 보인다. 다카이치 총재는 자위대 헌법 명기의 중요성을 강한 어조로 말했으나, 현재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설치한 조문 기초협의회의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다. 이러한 여당 내부 이견은 개헌 추진에 있어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자민당의 이번 개헌 전략이 핵심 쟁점을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사안부터 처리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긴급사태조항 신설이 정부의 권한 남용으로 이어져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개헌의 본질적 의미보다 정치적 계산에 치중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반영하는 주장이다.

향후 일본의 헌법 개정 논의는 다카이치 총재가 제시한 두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종 목표인 헌법 9조 개정은 여야 간,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개헌 노력은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제 사회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일본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안보와 경제 질서 유지를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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