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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다윈항 운영권 분쟁 국제 중재 비화, 중-호 관계 안보 갈등 심화

김영 기자
호주 다윈항 운영권 분쟁 국제 중재 비화, 중-호 관계 안보 갈등 심화
©연합뉴스

 

호주 북부 다윈항 운영권을 둘러싼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와 호주 정부 간 분쟁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로 비화했다. 랜드브리지는 2015년 체결된 5억600만 호주달러 규모의 99년 임대 계약을 호주 정부가 회수하려는 시도가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자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는 호주의 안보 우려와 중국의 투자 보호 요구가 충돌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호주 북부 다윈항의 운영권을 둘러싼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와 호주 정부 간의 투자 분쟁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로 공식화되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랜드브리지는 호주 정부의 항만 운영권 회수 시도가 자사와 호주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되는 차별적 조치라고 강조하며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이 회사는 2015년 호주 노던준주 정부로부터 5억600만 호주달러(약 5천385억원)에 다윈항 운영권을 99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랜드브리지는 자사가 모든 호주 법률 및 규제를 준수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절차를 통해 항만 지분을 인수했다고 주장한다. 호주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쳐 항만 운영이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회사는 호주 정부와 건설적 해결을 위해 협의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법적 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다윈항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인근에 미 해병대가 주둔하고 미국의 연료 창고도 있어 안보 요충지로 분류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교두보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은 호주 정부가 다윈항 운영권을 재검토하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작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전략적 안보 시설인 다윈항 운영권 회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호주 정부는 이 운영권을 호주 기업에 매각하거나 필요시 강제 회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호주의 전략적 기조를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호주의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태도를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올해 초 해당 임대 계약이 시장 원칙에 따라 체결된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촉구했다. 샤오첸 주호주 중국대사는 랜드브리지의 투자와 기여를 언급하며 계약 철회 시 양국 투자·무역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상업 분쟁을 넘어선 문제로 인식한다. 천훙 화둥사범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은 계약 준수와 법치, 국제 투자 규범에 대한 호주의 태도를 시험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계약을 뒤집을 경우 국제사회에 부정적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분쟁은 최근 경제·통상 분야에서 회복세를 보이던 중·호주 관계에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 관계는 석탄, 보리, 와인 등 중국의 대호주 무역 제한이 단계적으로 해소되며 정상화 수순을 밟아왔다. 작년 7월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고 지난달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는 등 외교적 소통은 복원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안보와 전략 인프라 문제는 여전히 양국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고 실제 전력을 순차 배치하기로 한 오커스(AUKUS) 안보협력 구상의 이행 시점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이는 양국 간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호주가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하며, 국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보도한다.

일각에서는 호주 정부의 주권적 안보 판단이 기업의 투자 권리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략적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보편적인 주권 국가의 권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제법 및 자유무역협정의 틀 안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여전하다.

이번 ICSID 중재는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보호를 위한 주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호주 정부의 안보 우선 정책이 국제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과 중-호 관계의 향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다윈항 분쟁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 간의 균형점을 찾는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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