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두 달 넘게 대법관 공석 상태로 운영되는 가운데,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작업이 이달 착수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대법원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법관 두 명의 후임이 동시에 조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대법관 1명 몫의 후보 추천이 이뤄진 상황에서 최종 제청이 장기간 미뤄져 동시 제청이 발생하는 사상 첫 사례이다.
대법원은 현재 노태악 대법관 퇴임 이후 두 달 넘게 '1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9월 퇴임 예정인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작업이 이달 중순 시작될 예정이다. 대법관 제청 권한은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있으나, 청와대와 대법원장이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처럼 두 명의 대법관 인선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청와대와 사법부가 '주고받기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지난 3월 3일 퇴임 이후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1월 21일 4명의 후보를 추천하였으나, 최종 후보를 놓고 청와대와 사법부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이로 인해 사법부는 두 달 넘게 대법관 1명의 공백을 안고 재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흥구 대법관은 2020년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여 임명되었으며, 오는 9월 퇴임한다. 그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법관 생활을 시작하였다. 주로 부산·창원·대구 등 지역에서 활동한 '향판' 출신이며,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까지 두 명의 후보를 동시에 제청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서로 양보하며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법부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언급하며 현 상황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과거에도 복수 대법관을 한꺼번에 제청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1명 몫 후보 추천 이후 최종 제청이 장기간 지연되어 동시 제청이 이뤄지는 경우는 사상 최초의 상황이다.
지난 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로 사법부가 대법관 인선 작업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상훈 대법관과 박병대 대법관 후임 인선이 동시에 시작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인선 절차가 아예 시작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이번처럼 후보 추천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최종 제청이 지연되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사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
퇴임 대법관 두 명의 후임을 동시에 제청하는 경우, 앞서 노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되었던 후보들이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다시 추천될 수 있는지가 주요 변수이다. 노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인물은 김민기(26기)·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보추천위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5월 중순 시작할 후보 천거나 심사 동의 절차에 기존 추천 후보를 제외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한다. 관계자는 또한 "통상 절차대로 추천위가 적격 유무를 심사해 제청인원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의견을 수렴해 최종 후보자를 제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법관 후임 인선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청와대가 여성 법조인이자 진보 성향의 김민기 고법판사를 1순위로 염두에 두었으나, 대법원의 의견이 달라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고법판사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의 배우자이다. 사법부 내에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기능적 갈등을 표면화한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부부가 각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직을 맡는 모양새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1명 공석으로 인한 '13인 체제'가 재판 업무에 큰 차질을 빚지 않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박영재 대법관이 이른바 '사법 3법' 통과 여파로 법원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나 재판부에 복귀한 뒤, 후임 행정처장이 임명되지 않아 업무가 기우종 차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법관 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도 재판부 운영에 즉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선 지연의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노 전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천대엽 대법관을 후임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내정하였으나, 아직 인사청문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 전 대법관이 6·3 지방선거까지 선거관리위원장직을 계속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관 인선 지연과 더불어 중앙선거관리위원 인선까지 지연되는 상황은 사법부 및 관련 기관의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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