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원, 영풍-MBK 고려아연 경영권 계약 서류 공개 불복 항고 기각

이성경 기자
법원, 영풍-MBK 고려아연 경영권 계약 서류 공개 불복 항고 기각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은 영풍 측이 MBK파트너스와 체결한 고려아연 경영협력계약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하여 제기한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이는 영풍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이동 과정의 투명성 요구가 법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9,3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5-2부는 지난달 28일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 경영협력계약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하여 낸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 고려아연 측 계열사인 KZ정밀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맺은 콜옵션 계약 등이 담긴 계약서 공개를 요구하며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KZ정밀의 신청을 인용하였으며, 항고심 재판부 역시 MBK파트너스와 영풍 간 계약 서류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KZ정밀은 재판부가 계약서 중 아직 공시되지 않은 내용에 따라 영풍의 손해액이 달라질 가능성을 언급하였고, 계약 문서 제출 요청이 주주로서 정당한 감시 권한 행사임을 인정하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주주 권리 보호라는 시장 원칙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평가한다.

MBK파트너스는 2024년 9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며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계약에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 부여 내용이 포함된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MBK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도록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행위에 대해 배임 등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에 장 고문과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9,3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KZ정밀 관계자는 "1심에 이어 항고심 재판부도 영풍·MBK 경영협력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였다"고 밝히며, "영풍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이 어떠한 조건과 방식으로 MBK 측에 이전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 이 과정에서 법인 영풍과 일반 주주의 이익이 훼손되었는지 여부를 주주대표소송에서 철저히 규명할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영풍 측은 KZ정밀이 별도의 소송에서 제기한 경영협력계약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즉시항고 역시 지난달 29일 기각되었다고 주장한다. KZ정밀은 영풍이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 영풍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위법행위유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 소송 과정에서도 관련 계약 문서 제출을 요구하는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다.

영풍 측은 이번 결정과 관련하여 "이미 공개매수 신고서와 설명서 등을 통해 경영협력의 핵심 내용은 충분히 공시되어 있었다"고 반박하였다. 또한 "법원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과도하고 무리한 자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주주대표소송에서 내려진 일부 문서제출명령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영풍은 핵심 경영 전략과 영업상 중요 정보가 침해되어 영풍과 전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다만 KZ정밀 측은 주주대표소송과 관련된 문서는 경영협력계약서 자체이며, 위법행위유지 청구 소송에서 제출명령을 신청한 문서는 영풍과 그 계열사 와이피씨(YPC) 간의 후속 계약서로 대상 서류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법원의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주요 쟁점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사법부의 명확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주주대표소송 과정에서 공개될 계약서 내용이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관련 기업들의 주주 가치와 시장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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