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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두 국가' 노선 헌법 명문화... 김정은 핵무력 지휘권 강화 및 영토 조항 신설

음영태 기자
북한, '두 국가' 노선 헌법 명문화... 김정은 핵무력 지휘권 강화 및 영토 조항 신설
©연합뉴스

 

북한이 '두 국가' 노선을 헌법에 명문화하며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조항을 삭제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국가수반으로 격상하고 핵무력 지휘권을 헌법에 처음으로 명시하는 등 권한을 대폭 강화하였다. 이는 2023년 말 김 위원장의 선언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개헌의 결과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창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하여 헌법을 개정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북측 지역만을 영토로 규정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기존의 조국통일 조항을 삭제하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정의하고 핵무력 사용 권한을 명시하는 등 김 위원장의 위상과 권한이 크게 강화되었다. 이러한 헌법 개정은 2023년 말 김 위원장의 '두 국가 관계' 선언 이후 2024년 1월, 2025년 1월, 2026년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새 헌법 전문은 '두 국가 관계' 선언 당시 헌법(2023년 9월 개정)의 서문 및 본문에 있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동족 관계와 통일 개념을 모두 제거하였다. 기존 사회주의헌법 제9조에 명시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내용 또한 삭제되었으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선대 통일 위업 기술도 서문에서 사라졌다. 이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2024년 1월 예고한 대로 영토 조항이 신설되었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 조항(제1조)과 함께 신설된 제2조는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규정하였다. 다만 남쪽 육·해상 경계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으며, 이에 대해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해상경계선 얘기가 나오는 순간 우리가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이 빠진 건 북도 그러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해석하였다.

이번 헌법 개정은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선언한 '두 국가 관계' 노선을 전반적으로 반영하였으나, 그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했던 내용과는 달리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는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기존 헌법에 있던 '제국주의 침략자들',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내외적대분자들의 파괴책동' 등과 같은 전투적 표현들도 사라졌다. 이는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은 이번 개헌을 통해 대폭 강화되었다.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국무위원장이 가장 먼저 등장하며, 이를 '국가수반'으로 정의하였다. 북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보다 먼저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대의 국가건설 및 통일 업적이 삭제된 자리에 김정은의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서문에 명기되었으며,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핵무력 지휘권이 처음으로 명시되고 위임 근거 조항도 신설되었다. 이와 더불어 국무위원장의 '중요 간부 임면' 권한에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가 명시되었고,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이 사라져 명목상 견제 권한도 폐지되었다.

한편 '무상치료',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등 현실과 괴리된 사회주의 무상 복지 조항도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혁명투사', '영예군인' 등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 대상에는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가 신설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예우를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 조항에서는 기본이념인 '자주, 평화, 친선'에 더해 '국익수호'가 '불변의 원칙'으로 추가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새 헌법이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을 포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관계나 교전국 관계의 성격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평가하며, 완전한 적대 선언을 유보한 배경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유보는 향후 남북 관계의 유동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개헌은 북한이 스스로를 '정상국가'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력 기반을 헌법적으로 더욱 공고히 하는 조치로 보인다. 향후 북한의 대외 정책 및 남북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에 대한 면밀한 주시가 필요하다. 특히 핵무력 지휘권 명시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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