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아세안, 이란 전쟁발 에너지 위기 속 정상회의 개막…브루나이 국왕 직접 전용기 조종 주목

김영 기자
아세안, 이란 전쟁발 에너지 위기 속 정상회의 개막…브루나이 국왕 직접 전용기 조종 주목
©연합뉴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정상들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석유·가스 공급난과 식량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세부에서 정상회의를 개시하였다. 이번 회의는 역내 에너지 자립도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핵심 의제로 다루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직접 전용기를 조종하여 참석하는 등 각국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장 재위 군주이자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볼키아 국왕의 등장은 아세안의 단합된 위기 대응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세안 11개 회원국의 정상과 대표들은 7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아세안 정상회의를 시작하며,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 심화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역내 에너지·식량 안보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각국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석유 및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란발 공급난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에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 저녁 세부의 막탄 베니토 에부엔 공군기지에는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전용기가 착륙하여 시선을 모았다. 조종사 면허를 가진 볼키아 국왕은 보잉 747-8 기종인 전용기를 직접 몰고 도착하며, 그의 10번째 자식이자 넷째 아들인 압둘 마틴 왕자도 함께 탑승하였다. 이러한 국왕의 직접 조종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대한 브루나이의 강력한 참여 의지와 더불어, 볼키아 국왕 개인의 독특한 면모를 과시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1967년 술탄에 즉위한 볼키아 국왕은 58년째 왕위에 있는 세계 최장 재위 군주로서, 그의 공식 재산은 300억 달러(약 43조9천억원)에 달하여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군주'로 통한다. 그는 명문 육군사관학교로 꼽히는 영국 샌드허스트 사관학교 출신이며, 조종사 면허 유지에 필요한 비행시간을 채우기 위해 평소에도 국왕 전용기와 헬기 등을 직접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브루나이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더불어 국왕의 개인적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였다. 특히 동남아시아 경제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곧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의 에너지 안보 강화 논의는 역내 경제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인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상징적인 등장이 아세안의 단합된 위기 대응 역량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고 보도하였다. 브루나이는 풍부한 석유·가스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서, 역내 에너지 안보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국왕의 적극적인 참여는 브루나이가 아세안의 집단적 번영과 안정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아세안 회원국 간의 경제적 격차와 개별 국익이 에너지 안보 공동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모든 회원국이 동일한 수준의 에너지 자원과 경제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통일된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국가들은 국제 유가 변동성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이란 전쟁발 글로벌 위기 속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이 보여줄 수 있는 협력의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역내 에너지 자립도 향상과 식량 안보 강화는 아세안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같은 주요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아세안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세안#이란#전쟁발#에너지#위기